인디 밴드의 톡 쏘는 '이름 맛', 대중가수가 알까?
OSEN 기자
발행 2009.01.20 08: 50

보드카 레인, 언니네 이발관, 장기하와 얼굴들, 검정치마, 루사이트 토끼, 눈뜨고코베인, 치즈스테레오, 퍼니피플, 유낫, 검정치마, 펑카브릭&부슷다, 사형집행단, 마이앤트메리, 가요톱텐…. 이게 다 뭘까? 바로 요즘 홍대 인디신을 주름잡고 있는 대표적인 인대 밴드들의 그룹명이다. 정말 재기발랄한 이름들이다. 그룹 이름만 들어도 '쿡쿡' 웃음이 터져 나온다. 누가 자유로운 영혼들 아니랄까봐 그룹 이름에서부터 개성이 뚝뚝 묻어난다. 하늘에서 보드카가 비처럼 쏟아지고(보드카 레인), 보컬 이름을 앞에 세우고 자기들이 보기에 핸섬한 멤버들이 모였다 해서 '장기하와 얼굴들'이라고 지었다. 무슨 음식점 혹은 옷가게 이름 같은 검정치마라는 그룹명은 또 어떤가, 듣기만 해도 폭소가 터져나온다. 또 80, 90년대 방송됐던 프로그램 '가요 톱 10'을 주름 잡았던 노래들만 자기네들의 방식으로 바꿔 부른다고 해서 이름을 가요톱텐으로 지은 그룹도 있다. 멤버들을 직접 만나보지 않아도,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지 않아도 이들이 얼마나 톡톡 튀는 개성으로 뭉쳐 있는지 알 수 있다. 사람의 상상력이란 참 한계가 없다. 노래 만큼이나 그룹의 색깔을 말해주는 그룹 이름이 독특한 것이 어쩌면 당연하지만, 이토록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대중 가수들의 '지극히 무난한' 이름에 익숙해져서 일지도 모르겠다. 서태지와 아이들부터 최근 재미있는 이름이라면 원더걸스, 소녀시대 이 정도다. 그룹의 성격을 무난하면서도 잘 드러내고 있는 이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마저도 인디밴드들의 그것에 비하면 평범하기 그지 없다. 대중 가수들은 '대중'을 상대하다 보니 가급적이면 많은 사람들에게 반감을 사지 않고 무난하게 인식될 만한 이름을 짓게 마련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인디밴드들은 타깃을 대중으로 놓기보다 자신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음악을 어필하는 것에 중점을 두다보니 개성 넘치는 이름들이 탄생 할 수 있었다. 보드카레인 소속사인 뮤직커밸 최원민 대표는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무엇 보다 가장 큰 이유는 그룹 이름을 기획사가 아닌 음악을 하는 본인들이 스스로 정하기 때문에 재미있고 획기적인 그룹 이름들이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대형 기획사에서 배출한 가수들의 경우 아무래도 대중적인 취향을 고려해 회사에서 그룹 이름을 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대 밴드들의 경우 직접 음악을 하는 멤버들이 자신의 음악 색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그룹명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정한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다채로운 그룹명이 탄생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가수들은 대중들에게 읽히기 쉽고 거부감 없이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그룹명을 정하지만 인디 밴드들의 경우 그룹명이 대중들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을까, '비호감'으로 인식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모습을 잘 드러낼 수 있으면 그것을 그룹명으로 정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어떤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중 가수들은 대중 가수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고 그에 요구되는 여러가지 조건이 있다. 인디 밴드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인디밴드들도 대중 가수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을 갈망하는 면이 있지만 또 그 만큼의 자유가 있어 행복한 면도 있다. 그룹명에서부터 인디 밴드와 대중 가수들의 극명한 개성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happy@osen.co.kr 보드카레인(위)과 마이앤트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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