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재욱 객원기자]주사위는 던져졌다. WBC불참 및 대표팀 은퇴까지 선언하며 국내 팬들에게 안타까움을 주었던 박찬호(36)의 올 시즌 당면 과제는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뛸 수 있느냐이다. 이는 곧 박찬호가 선수 생활의 마지막 목표와도 같은 노모 히데오가 가지고 있는 동양인 최다승 123승을 넘어 MLB에서 동양인 최다승 기록을 갈아 치우는 것과 결부된다. 현재 통산 117승을 기록중인 박찬호 는 앞으로 7승만 더하면 노모의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선발투수로서의 7승은 박찬호가 작년과 비슷한 구위를 보여주고 현재의 필라델피아 타선을 감안한다면 크게 어렵지 않다. 필라델피아는 지난 시즌 팀홈런 NL1위(214개), 팀 득점 뉴욕 메츠와 함께 2위(799득점)를 기록할 만큼 가공할만한 화력을 갖췄다. 결국 문제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과연 신예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느냐다. 박찬호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20대 초중반의 신예들인 카일 캔드릭(24), J.A햅(26), 카를로스 카라스코(21) 등과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한다. 설령 박찬호가 스프링캠프에서 신예들에 밀려 시즌 시작을 불펜에서 맞이하게 되더라도 혹시 모를 선발진의 변수를 대비해 늘 준비를 해둬야 한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각 팀당 162경기를 치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선수의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하는 선수들이 발생한다. 이럴 경우 이를 대체 할 수 있는 자원까지도 염두 해 두는 치밀함이 숨어있고 결국 박찬호의 현 위치는 필라델피아의 전천후 투수라 할 수 있다. 선발, 중간, 마무리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박찬호를 구단에서 봤을 때는 활용가치가 높은 선수임에는 틀림이 없다. 결국 박찬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얼마 만큼 잘 살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올 시즌 박찬호가 뛰게 될 내셔널리그 동부지구는 필라델피아와 함께 뉴욕 메츠의 치열한 지구 수위다툼이 예고되고 있다. 필라델피아는 지난 2008년 정규시즌에서 메츠를 상대로 7승 11패로 열세였다. 플로리다를 상대로도 8승10패 열세였지만 애틀란타 14승4패, 워싱턴을 상대로는 12승6패로써 상당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라이벌전에서의 승패는 팀성적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라이벌전의 1승은 2승을 거둔 것과 같다. 반대로 1패는 2패를 의미하기 때문에 그만큼 메츠와의 라이벌전에 임하는 투수들은 더욱더 혼신의 힘을 다해야만 한다. 메츠는 지난 두 시즌 연속 뒷심부족으로 인해 동부지구 수위자리를 필라델피아에 내준바 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뒷문강화에 열을 올린 끝에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 보유자인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와 시애틀로부터 마무리 투수 JJ 푸츠를 영입함으로써 뒷문을 강화했다. 메츠의 팀타선은 필리스의 타선 못지않은 강타선이다. 통산 박찬호를 상대로 메츠의 타선은 과거 '한만두(한이닝 만루홈런2개)'의 주인공 페르난도 타티스가 타율 5할(10타수5안타) 2홈런 8타점, 카를로스 델가도 6할(5타수3안타) 2홈런 2타점, 데이빗 라이트 4할(5타수2안타), 카를로스 벨트란 2할8푼6리(14타수4안타) 1홈런 2타점, 호세레예스는 5타수 무안타를 기록중에 있다. 지난 시즌 LA 다저스에서 박찬호는 메츠를 상대로 2게임(6.1이닝 2피안타 1실점)에 등판 1승 무패 방어율 1.42로 상당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메츠를 제외한 다른 동부지구 팀들에는 유독 약한 면모를 보인 박찬호가 과연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 기회를 얼마나 잘 살리느냐가 올 시즌 박찬호가 풀어야할 가장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위기는 곧 기회를 뜻하기 때문에 박찬호가 지구 라이벌팀과의 경기에서 등판 호투를 펼쳐준다면 박찬호의 팀내 위상과 함께 선발 투수라는 2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박찬호의 활약이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