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4월4일 개막하는 2009프로야구의 관심거리 중 하나는 히어로즈 성적표다. 김시진 감독 영입과 함께 파격적이랄 만큼 의욕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히어로즈가 지난 해 7위의 부진을 씻고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을 지 상당히 흥미롭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보여준 히어로즈의 행보는 1년 전 그 팀이 맞는 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1년 전 이 팀은 최고참 선수의 연봉을 2억 원 이상 내려쳤으며, 오갈 데 없는 코치들을 연봉 4천만 원에 데려와 유니폼을 입혔다. 시즌 내내 구단 사장과 단장의 불협화음이 이어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메인스폰서와도 부딪쳤다. 히어로즈 때문에 프로야구 전체가 비웃음거리가 됐다.
1년간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인지,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 건지 올해 히어로즈는 최고 부자구단 삼성을 오히려 능가했다. 대부분의 선수에게 인심 쓰듯 연봉을 대폭 올려줬고, 해외전지훈련도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미국 플로리다를 택했다. 팬들의 편의를 위해 목동구장 관람석도 대대적인 보수를 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히어로즈 구단은 "성적이 최우선이란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성적이 있어야 팬도 있고, 구단도 존재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지난 해 바닥권에서 헤맨 쓰라린 아픔의 기억이 컸던 모양이다.
문제는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히어로즈가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 까다.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우리 팀은 4강에 오를 수 있는 전력이었다"고 말했다. 7위에 머문 이유에 대해선 "구단의 잘못된 판단과 함께 코칭스태프의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장석 대표는 2009시즌에 앞서 구단의 '잘못된 판단'을 단호하게 개선했다. 남은 것은 김시진 감독의 역량이다. 히어로즈는 김시진 감독에게 마음껏 기량을 펼쳐 보일 수 있도록 돗자리를 보기 좋게 깔아줬다. 없는 살림에 아낌없이 준 이상 기대치도 높을 수밖에 없다.
김시진 감독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지난 해처럼 하위권에서 맴돈다면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김시진 감독은 투수코치로선 국내 지도자 가운데 첫 손가락에 꼽힌다. 그러나 감독으로선 특별히 내세울 게 없다. 지난 2007년 현대의 마지막 사령탑을 맡아 56승 69패 1무로 6위를 기록했다. 김재박 감독이 있었던 2006년 현대는 70승 55패 1무로 페넌트레이스 2위를 마크했다. 김시진 감독은 비슷한 멤버를 데리고 2006년에 비해 무려 14경기차가 났다.
올 시즌 각 팀의 전력은 어느 해보다 평준화됐다는 평가다. 상위권의 독주도 어려울 뿐 더러 동네북 신세의 하위권도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히어로즈의 외형상 전력은 지난 해보다 좋아진 게 없다. 주전 3루수 정성훈을 잃어 손실이 큰 편이다.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심리적인 안정감 말고는 상승요인을 찾아내기 어렵다.
김시진 감독에 대한 평가는 히어로즈 구단과 달리 매우 호의적이다. 옛 제자들을 찾아 어려움을 자초했다는 명분이 팬들의 감성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시진 감독은 에이스 장원삼을 현금 트레이드할 당시 구단을 향해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등 유약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평소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강조해온 김시진 감독이 올 시즌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그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