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투수가 넘쳐나는 SK에 외국인 투수와 고효준(26)까지 가세했다.
1월초부터 일찌감치 일본 고지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SK의 화두는 단연 경쟁이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지난 2007시즌부터 계속 그래왔지만 이번 전지훈련은 전 포지션에 걸쳐 삼중 사중의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그 중 마운드는 속된 말로 피가 튀긴다. 그 어느 때보다 투수들의 안정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좌완 투수들의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SK의 좌완은 풍부하면서도 출중한 기량을 갖췄다. 지난해 2관왕(다승, 탈삼진)에 오르며 MVP와 골든글러브를 휩쓴 김광현(21)을 비롯해 홀드왕 정우람(24), 원조 에이스 이승호(28), 베테랑 가득염(40)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유망주 전병두(25)와 김준(24)이 급성장했고 이진영의 보상선수로 LG에서 이적한 이승호(33)도 투구폼 수정과 함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고교시절 퍼펙트를 기록하며 유명해진 신인 김태훈(19)도 기대감이 오르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외국인 좌완 투수 크리스 니코스키(36, 미국)와 계약함에 따라 SK 마운드는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좌투수로만 시즌 운영이 가능할 정도가 됐다.
니코스키는 지난 1994년에 신시내티에 드래프트 1번(전체 9번)으로 입단했다. 이후 디트로이트, 휴스턴, 텍사스, 애틀랜타, 뉴욕 양키스, 워싱턴 등 빅리그를 경험했고 지난 2년 동안은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활약했다. 2002년과 2003년에는 박찬호와 텍사스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한 니코스키는 지난 2007년 특유의 쓰리쿼터형 투구폼으로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을 1할대로 막아내기도 했다. 작년에는 다소 부진했지만 직구 구속은 꾸준하게 140대 후반을 찍었다.
게다가 이런 살벌한 분위기에 고효준마저 가세했다. 세광고를 졸업한 후 지난 2002년 2차 1번으로 롯데에 입단한 고효준은 지난 2003년 SK로 이적한 뒤 2004년부터 활약하고 있다. 통산 72경기에 나와 6승 7패 5.33의 방어율을 기록 중이다.
고효준은 지난 2006년 겨울 장파열로 인한 수술을 한 것외에는 이렇다할 부상 전력이 없다. 직구 구속도 꾸준히 140km 후반을 찍을 정도로 좋다. 그러나 들쑥날쑥한 제구력이 문제점으로 지속돼 1군 무대에 자주 서지 못한 전병두같은 만년 유망주로 머물렀다.
고효준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고지에 가 있는 SK 전력분석팀 김정준 과장은 고효준에 대해 "지금 가장 좋은 공을 뿌리는 좌투수는 김광현과 고효준이다"고 단언할 만큼 좋아졌다. 김 과장은 고효준에 대해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제구력이 한층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변화구도 덩달아 빛을 발하고 있다"며 "내년 시즌에는 전병두와 함께 고효준도 눈 여겨 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제 SK의 남은 숙제는 지금의 페이스를 시즌까지 어떻게 유지할 것이며 그에 따른 마운드 분배에 달렸다.
2001년 이후 선발 경험이 없는 니코스키는 SK에 "선발 투수로 뛰고 싶다"는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김광현과 함께 올해 좌완 선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고효준 역시 선발 경험이 있는 만큼 언제든 선발진 진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여기에 선발 투수 수업을 쌓고 있는 전병두까지 SK는 최대 4명의 좌완 선발 운용도 가능하게 된다. 히어로즈가 구상하고 있는 장원삼-마일영-이현승-오재영 좌완 4인방과 비교할 수 있겠다. 이승호도 지금은 정대현과 더블 스토퍼 체제를 위해 마운드 뒷문을 지킬 예정이지만 언제든 선발로 돌아설 수 있다.
니코스키와 고효준을 중간으로 돌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SK의 중간 좌완 계투진 역시 튼실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우람, 가득염이 건재하고 김준, 김태훈이 가세한다면 133경제로 바뀐 올 시즌은 좌완 투수 걱정없이 이들 10명을 적절하게 배분하고 안배하며 꾸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전력을 보이고 있는 외야수 보강을 위해 좌투수를 트레이드 카드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SK는 이래저래 넘쳐나는 좌투수 배분에 시즌 전부터 즐거운 골머리를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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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효준-니코스키(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