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 새 총재 선임이 미궁 속에 빠진 가운데 야구계의 대표적인 원로인 백인천(66) 전 LG 감독이 정치권 불간섭을 외치고 나섰다. LG와 삼성, 롯데 감독 등을 역임하고 현재 SBS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20일 “지난 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한국야구가 지금쯤 활발히 움직여야할 시점인데도 KBO 총재 문제조차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정부는 야구계에 그 보너스로 뭘 해줘야할까 고민해야하고 돔구장 건설이나 아마야구에 지원을 해줘도 시원치 않을 판에 제 밥그릇 챙기는데만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하다”면서 일침을 가했다. 백 전 감독은 “그 동안 KBO 총재를 쭈욱 봤을 때 초창기에는 어쩔 수 없었다손 치더라도 대부분 야구에 대한 이해나 판단력, 업적면에서 문제가 있었다. 한마디로 문외한들이었다”고 꼬집으면서 “이제는 그야말로 야구를 좋아하고 인격적으로 훌륭한 분이 KBO 행정을 이끌어야한다. 이같은 생각은 나뿐만 아니라 야구인이나 팬, 모두의 의견이 같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이번에도 정치인이 총재로 내려온다면, 내가 앞장서서 반대운동을 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백인천 전 감독은 작심한듯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그 동안 정치인들이 KBO 총재로 와서 한 일이 무엇이 있었느냐. 과거 총재들이 왜 여기로 오게 됐느냐”고 반문하면서 “대부분 거쳐가는 자리였다. 그 건 아니다. 분명히 잘못됐다. 이쯤에서 야구계 원로들과 구단, 선수들은 물론 언론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백 전 감독은 자신이 이같은 발언을 하게된데 대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리를 메우려고 (KBO 총재직에)정치인이 내려오곤 했는데 그렇다고 그들이 제 돈을 쓰는 것도 아니었고, 떠나간 다음에는 뒷 얘기(비리 등)가 무성했다”면서 “스포츠계에 정치세력들이 들어와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생겼다. 이제야말로 깨끗하고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분이 와야한다”고 강조했다. “야구계로서는 지금이 제일 중요한 때”라는 전제를 단 백인천 전 감독은 “프로야구계가 필요로하는 사람은 야구를 좋아하고 상식을 갖춘 분으로 인격적으로도 뛰어나야하고, (비리 등이 없이) 깨끗해야 한다”면서 “정치인은 정치판에서 일을 해야한다. 권력을 이용해 스포츠를 좌지우지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야구계는 대한축구협회가 경선으로 회장을 선출키로 한데 반해 프로야구계 수장으로 정치인 낙하산 인사설이 끊이지 않자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백인천 전 감독의 일련의 발언은 현재 야구계의 정서를 대변한 것이나 다름없다. KBO 총재 자리를 놓고 새해 들어서도 여전히 이런저런 소문 속에 휩싸여 있는 와중에 던진 그의 직언은 정치권 낙하산 인사설에 대한 야구계의 폭넓은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chuam@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