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한국시리즈 3연패를 노리는 SK에게도 걱정거리는 있다. SK 김성근(67) 감독이 가장 근심스럽게 보고 있는 곳이 외야다. SK의 외야진은 박재상-조동화-박재홍이라는 확실한 붙박이 야수들로 갖춰져 있다. 이들의 활약은 지난 시즌 공격과 수비에서 SK의 강한 외야수 이미지를 심어놓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경기수가 133으로 늘어났고 확실한 백업 요원이 없는 만큼 한 시즌을 온전히 버틸 수 없다. 갑작스런 부상, 체력안배는 물론 상대에 따른 경기운용을 해온 김 감독으로서는 옵션이 그 만큼 줄어들게 된다. 일찌감치 일본 고지에 캠프를 차린 SK로서는 외야진이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한국시리즈 3연패 가능성도 결정될 전망이다. 김 감독은 "오른손 중장거리 타자 외야수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SK에는 우투우타의 외야수가 없다. 게다가 중장거리 타자로는 박재홍이 유일하다. 박재홍을 제외하고 박재상과 조동화는 좌타자다. 게다가 김용우, 권영진, 김기현, 오현근, 이명기 등 1.5군 및 2군 선수들 역시 모두 좌투좌타들이다. 이를 위해 SK는 내야수 일부를 외야로 돌리기로 결정했다. 더블 포지션이다. 지난해 신인 모창민(24)을 비롯해 김동건(27), 박정권(28), 윤상균(27) 등에게 내야와 외야 수비를 겸업시킨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작년 가을부터 점차 좋아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이 중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모창민이다. 지난해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전 내야포지션에 한 번 이상 섰던 모창민은 외야 글러브를 끼면서 타격 비거리가 늘어나고 있다. 평소 기대했던 장타력이 비로소 살아나고 있으며 변화구 대처 능력도 향상됐다는 평이다. 작년 후반기 좋은 타격감을 보였던 김동건은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외야로 옮겨 도전에 나서고 있다. 서서히 적응하는 단계지만 좀더 지켜봐야 하는 상태다. 지난 시즌 왼쪽 정강이뼈 골절에서 완전히 회복한 박정권은 1루와 외야를 겸업하고 있다. 내심 작년처럼 1루수로서 자리잡기를 바라고 있지만 팀 사정에 따라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지난해 신고선수로 입단해 1군에도 얼굴을 내비쳤던 윤상균은 포수가 주포지션이다. 그러나 박경완, 정상호가 건재한 만큼 외야를 통해 1군 진입을 노리고 있다. 타격도 살아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 SK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들 내야수 4명의 '외야 겸업'은 앞으로 SK 행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이들이 뜻대로 성장하지 못할 경우에는 트레이드 카드까지 빼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한국시리즈 3연패와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21일부터 본격적인 실전 홍백전이 시작된다. 전까지는 상황이 주어진 인위적이었다면 이제는 경기 위주의 홍백전이 막을 올리는 셈이다. SK 외야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가 막 시작되고 있다. letmeout@osen.co.kr 모창민-김동건-윤상균-박정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