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묘백묘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중국의 개방기 최고 권력자 덩샤오핑이 새로운 경제 정책을 내세우면서 주장한 말이다. 조중연 제 51대 신임 축구협회장도 22일 오후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축구계의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 화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흑묘 백묘를 가리지 않고 축구계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조중연 회장이 축구계의 갈등 극복을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 선거에서 경쟁 후보였던 허승표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 측과 끊이지 않는 갈등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전초전이나 다름없었던 지난해 11월 대학연맹회장 선거는 그 갈등의 결정체나 다름없었다. 당시 허승표 이사장을 측면 지원하기 위해 출마했던 이용수 세종대 체육학과 교수는 선거의 불공정성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조중연 회장이 이번 선거에서 28표 중 18표를 얻었지만 나머지 10표가 16개 시ㆍ도 협회장에 집중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을 이끄는 것이 당면한 과제일 수 밖에 없던 셈이다. 그래서일까. 조중연 회장은 지나치게 중앙집권화 되고 있는 축구협회의 지방분권화를 제시했다. 축구협회 전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100억 원 가량의 행정 지원도 약속했다. 또한 조중연 회장은 통상적으로 신임 회장의 권리라고 할 수 있는 사무총장도 공채로 뽑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 정치색에 상관없이 상대측의 인물도 얼마든지 뽑을 수 있다는 뜻이다. 조중연 회장의 흑묘백묘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덩샤오핑이 대내외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변화를 가져왔듯 조중연 회장도 과거 독선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일관된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정치인이나 경제인이 아닌 순수 축구인이 축구협회에 가져올 새로운 변화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stylelom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