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의 여우' 김재박 LG트윈스 감독에게 지난 해는 '악몽' 그 자체였다. 1996년 프로야구 감독 생활을 시작한 이후 최악의 한 시즌이었다. 감독생활 중 처음으로 '꼴찌'라는 불명예와 수모를 당했다. 김응룡 삼성 사장이 감독 시절 작성한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이어 2번째로 최다인 4회 우승의 업적을 지닌 김재박 감독으로선 치욕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2007년 LG 트윈스로 옮겨 그 해 5위, 지난 해 8위에 그친 김 감독은 계약 마지막해인 올 시즌은 '무조건 4강 이상'이라는 목표로 각오를 새로이 하고 있다. 그야말로 벼랑끝으로 내몰려 '배수의 진'을 쳤다. 올 시즌도 4강 이상의 호성적을 내지 못하면 LG에서 물러나는 것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칫하면 수년간 현장에서 활동하지 못할 수도 있는 위기에 몰린 격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김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친 후부터 스스로를 강하게 채찍하며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지만 김 감독의 행보를 보면 얼마나 독하게 마음먹고 실천하고 있는 지를 엿볼 수 있다. 학생 선수시절 작은 체구로 야구 명문교 진학을 못하고 와신상담, 남들보다 두 배 이상의 노력으로 대학 때부터 뒤늦게 꽃을 피운 예전 현역시절처럼 김 감독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김 감독은 지난 해 11월 경남 진주 연암공대에서 실시한 마무리 훈련서부터 '확'달라진 면모를 보여줬다. 김 감독은 아침 9시부터 시작해 오후 5시까지 계속되는 훈련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직접 지켜봤다. 또 토스 배팅을 해주는 등 선수들 훈련을 옆에서 직접 챙기며 하루 하루를 보냈다. 대개 마무리 훈련 때는 코치들에게 맡겨 놓고 지켜보던 이전 모습과는 달랐다. 그만큼 팀전력을 강화시키겠다는 목표 의식이 뚜렷하게 엿보였다. 현장의 보고를 받은 안성덕 대표이사가 감탄할 정도였다. 안 대표는 "김 감독이 진주 마무리 훈련 중에 단 한 번도 서울에 오지를 않고 최선을 다했다"며 흐뭇해했다. 한 달여간 계속된 강훈련을 선수들과 한 몸 한 뜻으로 소화해낸 것이다. 12월 비활동 기간에도 선수들의 자율훈련을 챙기는데 분주했다. 유니폼을 입지 않은 채 틈틈이 잠실구장 실내 연습장을 찾아 자율훈련 중이던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리고 새해를 맞은 김 감독의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졌다. 1월 15일 투수진과 함께 사이판 전지훈련에 합류했다. 여느 때 같으면 나중에 출발(20일)하는 야수진과 함께 전지훈련지에 참가했지만 올해는 달랐다. 김 감독은 사이판에 도착하자마자 투수들의 훈련을 진두지휘하며 올 시즌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뜨거운 남국의 태양도 마다하지 않고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선수들에게는 "올해는 확실한 주전은 없다"고 '팀플레이'를 강조하며 팀의 4강 진출을 위한 기반 다지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외부 FA 2명 영입(외야수 이진영, 내야수 정성훈) 등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지난 해와는 다른 전력을 갖춘 김재박 감독이 올 시즌에는 '감독 생명'을 걸고 덤벼들 태세이다. '롱런'으로 가느냐, 유니폼을 벗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김재박 감독의 올 시즌이다. LG 트윈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