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스크린, 일본 만화에 물들다
OSEN 기자
발행 2009.01.23 08: 58

일본 만화가 한국 연예 컨텐츠 시장을 흠뻑 적시고 있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들이 줄줄이 히트하면서 한국 제작자들은 일본 만화의 판권 구매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황당무계하다' '한국 정서에 안맞는다' 등 갖가지 우려와 비난 속에 방영중인 KBS 2TV 새 월화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가미오 요코의 동명 베스트셀러 순정만화가 원작이다. 일본의 한 사립학교를 배경으로 재벌집 꽃미남 4총사와 잡초같은 서민 소녀의 우여곡절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벌써 출판된지 십수년이 흘렀지만 아시아 각국에서 영화, 드라마로 제작돼 여전한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꽃보다 남자'는 황당무계한 일본식 순정만화의 판타지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서양인 용모의 초절정 일본 꽃미남 츠카사는 헬리콥터로 통학하고 중세의 성같은 대저택에서 많은 하인들을 부리고 산다. 그와 함께 하는 꽃미남 4총사 'F4'도 비슷한 부류다. 당연히 이들의 리더격인 츠카사와 사랑에 빠지는 츠쿠시는 평민(?) 부모의 성화와 기대로 사립학교에 진학했고 급우들의 왕따 속에서 오히려 그녀의 강한 기질에 반한 츠카사의 구애를 받게되는 스토리다. 구혜선을 비롯해 이민호 김현중 김범 등을 캐스팅한 한국판 '꽃보다 남자'는 AGB닐슨 조사결과, 10대 소녀들의 열렬한 성원 속에 전국시청률 20%선을 돌파하며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바로 앞에 방영됐던 송혜교 원빈 주연의 웰메이드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이 평균 시청률 6.1%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적이다. 이렇듯 베스트셀러 일본 만화의 리메이크가 어느 정도 안정된 흥행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일류의 한국 공습은 당분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벌써 지난해 11월 역시 동명의 일본 만화를 그대로 스크린에 담았던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가 적은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120만명 관객을 동원했고, 2년전 김아중 주진모 주연의 '미녀는 괴로워'는 기대 이상의 대박으로 롱런가도를 달렸다. 박찬욱 감독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대표작 '올드보이'도 일본 만화를 차용했다. 국내에서 마니아들이나 즐겨찾던 '올드보이'는 박 감독의 손 아래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까지 눈독 들이는 시나리오로 거듭났다. 제작이 추진중이거나 곧 방영될 드라마들도 줄을 섰다. 일본과 한국에 와인 열풍을 일으킨 아기 다다시의 '신의 물방울'과 ‘최강입시전설 꼴찌 동경대 가다’ 등이다. 특히 소믈리에를 꿈꾸는 시노하라 미야비와 와인평론가의 아들이지만 와인을 마셔본적이 없었던 간자키 시즈쿠를 주인공으로 한 '신의 물방울'은 한국에서도 엄청난 부수가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로 유명하다. 참신한 소재와 시나리오 고갈로 고민중인 한국 영화계와 드라마 제작사들이 너도나도 일본 만화의 수입에 앞장서면서 판권료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중이다. 한류가 한창일 때, 일본 수입사들이 한류 스타 출연작을 입도선매했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그러나 한류 수출의 거품은 빠르게 꺼진 반면에 그 저변과 깊이가 무궁무진한 일본 만화의 한국 진출은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영화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일본 만화에 한국의 TV와 스크린이 흠뻑 젖어갈수 밖에 없는 이유다. mcgwire@osen.co.kr '꽃보다 남자'(왼쪽)와 '미녀는 괴로워'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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