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재신임' LG, 실력-인품-팀융화로 전력 증강 노린다
OSEN 기자
발행 2009.01.24 07: 42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쳤던 LG 트윈스가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이후 사상 두 번째로 최하위 팀이 외국인 선수 2명을 모두 재신임하며 전력 증강에 나섰다. 최하위 팀이 다음 시즌에도 외국인 선수 2명과 모두 재계약한 것은 2003시즌을 마치고 로베르토 페레즈-마리오 이시온과 일찌감치 계약했던 롯데 이후 처음이다.
더 좋은 외국인 선수를 찾는 방법도 있으나 개인 기량 외에도 선수단과의 융화가 팀 전력에 큰 장점을 제공하는 만큼 LG의 로베르토 페타지니(38)-크리스 옥스프링(32) 체제 유지는 더욱 뜻깊다. 둘은 경기서 보여준 기량 외에도 무난한 성품으로 코칭스태프의 점수를 얻는 동시에 팬들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본서 홈런왕 2회 타점왕 1회, 센트럴 리그 MVP 1회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했던 페타지니는 지난해 5월 우완 제이미 브라운을 대신해 LG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국 땅을 밟아 68경기 동안 3할4푼7리 7홈런 35타점을 기록했다. 기대했던 장타력을 확실하게 내뿜지는 못했으나 출루율 4할5푼2리로 탁월한 선구안을 자랑했다.
김재박 감독 또한 지난해 9월 왼 발바닥 부상으로 중도 귀국한 페타지니가 돌아간 후 재계약 의사를 묻자 "저만한 외국인 타자는 찾기 힘들다. 되도록이면 다음 시즌에도 함께 하고 싶다"라며 재계약 의사를 밝혔고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었다. 이전의 파괴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으나 출루로 득점 창출력을 지닌 페타지니는 분명 좋은 타자였다.
특히 페타지니는 안방 잠실에서 35경기 동안 3할6푼2리(116타수 42안타) 5홈런 20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22개의 사사구를 얻어내면서 삼진은 단 13개에 그치는 선구안까지 발휘했고 득점권 타율 또한 3할9리로 나쁘지 않았다. 일본에서 6년간 223개의 아치를 그려낸 파괴력은 보여주지 못했으나 밀어치는 타격 능력을 갖춰 좌전 안타를 양산하는 등 정확성에서 큰 문제점을 노출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도중 영입된 데 비해 올 시즌의 기대감은 더욱 크다. 무릎 부상으로 인한 후유증에도 염려스러운 시각이 남아있지만 일찌감치 고국으로 돌아가 부상 치료에 전념했다는 점, 동료들과 팀 플레이를 맞춰볼 수 있는 시간을 지녔다는 것은 페타지니에게 큰 메리트로 다가올 전망이다. 지난 시즌 3번 타자로 주로 나섰던 안치용(30) 또한 "페타지니가 뒤에 있었기에 찬스를 연결하는 데 주력하고자 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자신만의 확실한 스트라이크 존을 구축한 뒤 타격에 나선 페타지니인 만큼 동료들의 믿음도 돈독했다.
3년 째 한국 무대서 활약하게 된 옥스프링은 2007년 7월 LG에 입단한 이후 14승 15패 평균 자책점 3.71을 기록했다. 일본서 1게임 당 4⅔이닝 정도를 소화하는 데 그쳐 이닝 이터로써의 면모가 다소 의심되기도 했으나 그는 경기력으로 이닝이터 능력을 보여줬다. 피안타가 다소 많기는 했지만 자신의 몫은 충분히 해낸 선수다.
옥스프링의 장점은 실력과 인성을 두루 겸비했다는 데에 있다. 8개 구단 중 팀 최소 득점(468점)에 출루율 최하위(3할2푼1리), 장타율 7위(3할5푼3리)를 기록하며 봉중근(29)과 함께 유난히 불운했던 선발 투수 중 한 명이었던 옥스프링이었으나 그는 언제나 패전의 이유를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옥스프링은 지난 시즌 피안타가 많았던 데 대해 "나 자신이 선택한 커맨드(볼배합)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조인성(34), 김정민(39) 등 포수들의 볼배합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의 제구가 흔들려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다른 이의 탓을 일삼던 외국인 선수가 많았음을 감안하면 옥스프링의 '자성'은 더욱 눈부셨다.
지난해 전지훈련서 옥스프링은 페이스가 뒤떨어져 코칭스태프의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에 대해 옥스프링은 "나 자신의 원래 근력을 회복하는 데 시일이 걸렸다. 그래서 정상 컨디션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밝혔다. 3년 차에 접어든 만큼 2009시즌에는 개막에 맞춰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하겠다는 것이 옥스프링의 각오다.
옥스프링에게 2009년은 더욱 뜻깊다. 바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서 호주 대표팀 선발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브래드 토마스(32. 한화)와 함께 호주 마운드의 높이를 한층 더 높여 줄 옥스프링이 WBC서의 쾌투와 2009시즌 맹활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거머쥘 수 있을 것인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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