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향남과 롯데, 그들의 쉽지 않았던 선택
OSEN 기자
발행 2009.01.25 10: 24

최향남(38. 롯데 자이언츠)의 미국 진출 재도전 신호등이 청색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4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 최향남에 대한 응찰액이 101달러라는 답신을 보냈다. 따라서 롯데는 29일까지 KBO에 포스팅 금액 수용여부를 통보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101달러는 약 14만 5000원에 불과한 금액이지만 여기에는 최향남에 대한 롯데의 보유권이 담겨있다. 포스팅 이전 "1달러가 나오더라도 보내주겠다"라는 뜻을 밝혔던 롯데와 "어떤 조건이라도 미국 무대를 밟고 싶다"라고 이야기한 최향남이었음을 감안하면 최향남의 미국 진출 도전은 사실상 확정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롯데라는 팀과 최향남 개인의 위치를 생각해볼 때 이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롯데는 지난 시즌 탄탄한 선발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계투진으로 아쉬움을 노출한 구단이다. 지난해 후반기 가세했던 외국인 마무리 데이비드 코르테스(36)를 존 애킨스(32)로 바꾼 것이 투수진의 유일한 대외 보강임을 고려하면 2승 4패 9세이브 평균 자책점 3.58을 기록한 최향남의 이적은 롯데에 상상 이상의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상무서 2년 간 엄청난 구위 성장세를 보여주며 기대를 모은 이정민(30)이 가세, 최향남의 자리를 메울 수 있으나 그가 2년 간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은 불안감을 노출한다. 부상을 떨치고 돌아온 우완 이정훈(32)도 제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그 또한 2007년 6월 이후 1군 등판이 전무하다. 따라서 지난 시즌 부상으로 낙마하기 전까지 '향운장'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마무리로도 맹활약 한 최향남의 이적 동의는 롯데에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최향남의 대체자를 팀 내 전력 중 찾아야 하는 롯데에게 '포스팅 이적 동의' 결정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최향남 또한 마찬가지다. 최향남은 지난 2006시즌 홀연 미국으로 건너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산하 트리플 A 버팔로 바이슨스서 8승 5패 평균 자책점 2.37을 기록했으나 메이저리그의 호출을 받는 데는 실패했다. 만 35세라는 나이가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3년이 지난 현재 최향남은 아직 구위 면에서 젊은 선수들 못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만 38세인 그의 구위는 메이저리그서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많은 나이에 도전한다는 자체가 현지의 눈요깃거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세인트 루이스 내의 다른 유망주들과 공평한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도전임에도 최향남은 도전 정신을 발휘, 소기의 성과를 일궈냈다. 아직 그의 진출 여부가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소속팀 롯데가 응찰액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그의 이적이 사실상 확정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 보스턴으로 적을 옮긴 사이토 다카시(39)는 2006년 LA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뒤 6승 2패 24세이브 평균 자책점 2.07을 기록하며 날개를 활짝 폈다. 요코하마 시절 '많은 나이로 인해 급격한 하향세를 걷고 있다'라는 평을 받았던 사이토는 메이저리그서 날아 오르며 일본 선수들의 도전 정신에 불을 붙였다. 도전 정신 하나만을 가지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고자 각오를 불태우고 있는 최향남. 그와 롯데의 쉽지 않았던 선택이 2009년 말엽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여부에 야구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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