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해도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라". 유승안 경찰청 야구단 감독은 선수들에게 승부 근성을 강조한다. 지난 22일 부산 동의대 야구장에서 만난 유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부족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최하위를 기록한 이유가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경찰청 야구단은 지난해 24승 52패 8무승부 2군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다. 유 감독은 부임 직후 고려대와의 친선 경기를 통해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청은 1-2로 뒤진 9회 1점을 보태 2-2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유 감독은 "선수들이 1점 따라 붙었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황당하더라"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유 감독은 고려대 송추야구장에서 벽제 경찰청 숙소까지 뛰어가라고 지시했다. 유 감독은 "경기에서 이기면 선수로서 대우하겠지만 패한다면 군인으로 대하겠다. 승패에 따라 어떻게 대우가 달라지는지 알려주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그는 "지금 훈련이 힘들다고 소문났다"고 허허 웃은 뒤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해서 소속 구단에 복귀하면 좋잖아. 이제는 야구다운 야구를 펼친다는 생각을 갖고 좋게 봐주길 바란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유 감독은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상무와의 2군 북부리그 개막전을 추진하도록 부탁했다. "지난해 상무에 12경기 맞붙어 1승을 거뒀다고 들었다. 선수들이 상무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우리 팀과 비교해 선수 수급과 기량이 뛰어나지만 상무를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기 싫다. 강팀과 정면 대결을 펼쳐 승리하면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고 패한다면 그만큼 노력하지 않겠냐". 경찰청 야구단은 하위권 탈출을 위해 유 감독을 비롯해 전대영 타격 코치, 김경원 투수 코치, 정영기 수비 코치를 영입했다. 특히 국내 최고의 수비 지도자로 손꼽히는 정 코치의 가세는 경찰청 전력 상승에 큰 도움이 될 전망. 유 감독은 "그동안 수비 코치가 없었다. 적어도 수비 만큼은 프로 출신 코치가 맡아야 한다"고 정 코치의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유 감독은 "야구 훈련에서 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크다. 정 코치가 부임한 뒤 선수들도 좋아하고 조직력이 강해져 짜임새가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내달 중순 대만 타이중 전지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한 끌어 올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신인왕을 거머쥐었던 삼성 외야수 최형우(26)의 역전 드라마는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된다. 유 감독은 "형우가 지난해 1군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선수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줬다. 특히 미지명 및 방출 선수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 야구하는 것도 좋지만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이곳에는 실력 저하보다 포지션이 중복돼 방출된 선수가 많아 이곳에서 열심히 노력한다면 프로 구단의 러브콜을 받게 될 것이다.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전역 후 선수들이 좋은 방향으로 풀리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 그리고 소속 구단과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팀에서 원하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선수 수급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경찰청은 25명의 선수로 구성돼 부상이라도 입게 된다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유 감독은 "선수 수급의 어려움만 해결된다면 군 특유의 정신력과 많은 훈련량을 통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잡념없이 기량 향상에 몰두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갖췄다"고 힘줘 말했다. 경찰청 야구단이 코칭스태프 개편과 더불어 겨우내 피나는 노력 속에 올 시즌 2군 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