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인 그대가 숨을 멈추니 이번에는 아내가 유혹한다. 막장 드라마 논란이 드세질수록 시청률은 높아지는 일일드라마의 흥행 공식이 새해에도 여전히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시청률 40%대 인기 일일드라마 KBS '너는 내운명'이 종영하면서 다소 약해지는 듯했던 막장 드라마 논란을 SBS '아내의 유혹'이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억지로 꿰맞춘 듯한 불륜 및 갈등 소재와 고춧가루, 후추, 생강, 마늘 등 각종 자극성 재료만을 버무린 내용으로 일관하는 이들 일일 드라마는 오늘도 시청자들의 양극단 반응 속에 승승장구하고 있다. '아내의 유혹'은 지난해 연말 전체 프로그램 5위권을 맴돌더니 새해 첫 주 2위로 올라섰고 전주부터 정상 체제를 구축했다. 19~25일 전국 시청률 톱 50(AGB닐슨 조사)에서도 당당히 2주연속 선두를 달렸다. 전국시청률 32.2%.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MBC 미니시리즈 '에덴의 동쪽'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거금을 쏟아부은 대작 드라마를 앞서고 있으니 방송사 제작진도 막장 비난을 귓등으로 흘릴수 밖에 없다. '아내의 유혹'은 복수 전문으로 굳혀지는 장서희가 3년만에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선택한 일일드라마다. 역시 애증의 복수가 주요 줄거리다. 현모양처였던 은재(장서희 분)가 자신을 배반하고 죽음으로 이끈 교빈(변우민 분)과 남편을 빼앗고 살인 공모까지 한 친구 애리(김서형)에게 복수하며 새로운 삶과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 드라마 초반 ‘낙태’ ‘성희롱’ ‘살인 미수’ 등 저녁시간대 안방극장에서 금기시하던 자극적인 소재들을 그대로 담아내 시청자들의 우려를 샀지만 거꾸로 논란이 일수록 시청률은 계속 상승하는 막장 드라마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일일드라마의 고정팬 확보는 강점이자 약점으로 작용하는 양날의 칼이나 마찬가지다. 월~금요일 매일 저녁 방송되는 특성상 처음부터 줄거리에 빠져들어 보기 시작하지 않으면 쉽게 몰입하기 힘든 까닭이다. 중반까지 시청자 반응이 지지부진했던 일일극들은 만회해볼 엄두도 못내고 조기종영의 비애를 맛봐야했다. 이런 점에서 '아내의 유혹'은 확실한 시청률 유지 조건을 일찌감치 확보했다. 특히 일일극은 40~60대 주부들을 주요 시청 대상으로 삼는 덕분에 채널 이탈 현상이 적어서 일단 선두로 치고 나가면 탄탄대로를 걷기 마련이다. 또 시청률 40%대 막장 드라마의 대명사로 알려진 ‘조강지처 클럽’에 이어 불륜과 복수라는 통속극 설정을 그대로 차용해 아줌마 팬을 끌어모았다. 인터넷 의사표현이 약한 40~60대 주부 세대는 대신에 채널 고정으로 자신들의 선호를 표시할 뿐이고, 이는 시청률로 드러난다. 이들에게 막장 드라마란, 현실이 아닌 드라마 속 판타지이고 만화이자 대리만족의 창구일 뿐인 셈. 칡넝쿨처럼 얽히고 설킨 구조와 설정이 짜증을 부를수록 오히려 그 강한 중독성을 음미하고 뱃어내는 데 익숙하다. '아내의 유혹'이 막장 드라마 논란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mcgwri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