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커서 뭐 될꺼야?' 출생연도별로 아이들의 답변이 달라진다. 50~60년대가 대통령 장군 등이었다면 7080세대는 의사 과학자 교수 등 전문직을 선호했다. 그렇다면 90년대 이후의 직업 희망 1순위는 무엇일까. 돈도 많이 벌고 사회적 지위까지 높아진 연예인을 꿈꾸는 게 요즘 세태다.
이에 따라 최근 부쩍 늘어난 게 연예계의 대물림 현상이다. 스타 부모들이 앞장 서서 자식들의 데뷔를 돕는 가하면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딴따라’로 천대받았던 20세기와 달리 21세기 연예인은 부와 명예를 동시에 갖춘 공인으로서 젊은 세대의 선망을 독차지하는 때문. 설날 특집 가운데 스타의 자녀들이 대거 출동한 예능이 인기를 모았던 배경이다.
SBS 예능 '절친노트'에서 김구라는 아예 초등학생 아들 김동현군과 더블 MC를 자처하고 있다. 이들 부자는 각종 CF 동반 출연은 물론이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 게스트로도 자주 얼굴을 내미는 중이다. 예전 같았으면 중년층 시청자들에게 비난이 쏟아졌을 일이지만 지금은 이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더 강하다. 어려서부터 자녀의 연예계 진출을 측면 지원하는 새로운 풍속도인 셈이다.
벌써 원로급 중견으로 접어든 2세 스타에는 이덕화 전영록 최민수 허준호 독고영재 박준규 등이 유명하다. 각각 왕년의 한국 영화계를 주름잡던 이예춘 황해 최무룡 허장강 독고성 박노식의 아들들로 대를 이었다. 또 국민 드라마 '주몽'에서 주연을 맡았던 송일국의 어머니는 장군의 손녀로도 유명한 '마파도' 김을동이다.
대물림 연예인에는 가족의 후광을 드러내며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지원받는 경우도 있고 이를 감추다시피 하며 자력으로 연예계 데뷔에 나서는 경우도 눈에 띈다. 전자의 경우는 이영하 선우은숙 부부와 아들 이상원, 가수 태진아와 아들 이루를 대표적인 예로 꼽을수 있다. 트로트 가수 설운도 역시 최근 이 대열에 합류했다.
'서울의 찬가' 패티김은 딸 카밀라의 가수 데뷔에 맞춰 방송 출연을 부쩍 늘였던 적이 있고 고 최진실은 동생 진영의 자리 잡기에 큰 역할을 했다.
부모가 유명 스타라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져 깜짝 놀래킨 이들로는 ‘말아톤’의 조승우와 ‘히트’ 하정우 등이 있다. 조승우의 아버지는 197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가수 조경수다. 조승우가 남다른 노래 실력으로 뮤지컬 무대를 휘어잡는 배경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누나 서연도 유명 뮤지컬 배우로 활동중이다.
하정우는 데뷔 당시 예명을 쓰면서 성까지 바꾼 탓에 연기파 탤런트 김용건의 아들임을 깜쪽같이 감췄다. 별다른 도움없이 자기 힘으로 차근차근 연기자의 꿈을 키워온 그는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쳐 스타 대열에 올라섰다.
이밖에 주호성의 딸 장나라, 남성훈의 아들 권용철, 선우용녀의 딸 최연재, 연규진의 아들 연정훈 등도 대물림을 한 케이스다. 형제 자매로는 손호영 정민, 김태희 이완, 김혜수 동현, 변정수 정민, 설수진 수현 등이 있다.
그렇다면 연예계 대물림을 바라보는 사회 시선은 어떨까. 얼마전 한 일간지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세 연예인들의 등장은 부모의 후광을 입은 특혜이자 세습’이라는 설문에 대상자의 84% 가량이‘그렇다’고 답했다. 부정적인 시선이 강한 것이다. 왜 그럴까.
연예인이 선망 직종으로 떠오르면서 일반인에게 그 진입 장벽이 높은 반면에 2세 연예인들은 여러 가지 점에서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해서다. 각종 버라이어티쇼 등에 동반 출연해서 얼굴을 알리게 하고 자신이 가진 방송, 영화계 인맥으로 데뷔를 돕는 방식이다. 그러나 따가운 여론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연예인 대물림 현상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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