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공백을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메우는 것만큼 희망적인 팀은 없다. 오는 3월 열리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베테랑 선수들이 속속 불참의사를 밝히고 있는 대표팀이지만 젊은 중심 타자들이 있기에 대회 전망이 마냥 어둡지는 않다. 지난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우승을 일궜던 추신수(27. 클리블랜드)-김태균(27. 한화)-이대호(27. 롯데)가 대표팀의 중심 타선을 구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지난 시즌 탁월한 성적을 거두며 팀에 없어서는 안될 타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뒤 이제는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WBC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 시즌 팔꿈치 부상을 딛고 94경기에 출장, 3할9리 14홈런 66타점을 올린 추신수는 확실한 주전으로서 현지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에릭 웨지 클리블랜드 감독 또한 "추신수는 주전 중견수 그래디 사이즈모어(27)와 함께 트레이드 불가 대상"이라며 그에 대한 믿음을 보여줬다. 우익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경쟁자 중 한 명인 프랭클린 구티에레스(26. 시애틀)의 이적 또한 추신수에게는 희소식이다. "시즌 막판 들어 삼진을 당하더라도 큰 스윙을 하고자 노력했다"며 후반기 맹활약의 이유를 밝혔던 추신수는 "WBC 대표 엔트리에 꼭 포함되어 나라에 공헌하고 싶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오랫동안 마이너리그서 눈물 젖은 빵을 씹다가 뒤늦게 자신의 잠재력을 떨치고 있는 추신수는 WBC를 앞두고 더욱 방망이를 가다듬고 있다. 빠른 발을 바탕으로 한 주루 플레이에도 일가견이 있는 추신수인만큼 3번 타순에 넣는다면 '테이블 세터' 역할까지 펼칠 수 있는, 가변적인 스타일의 중심 타자로 주목을 받을 수 있을 예정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별명만큼 화력을 발산하며 지난 시즌 홈런왕(31개)에 올랐던 김태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세 명 중 유일하게 지난 2006년 제1회 WBC에 출장했던 그는 당시 대타 요원으로 벤치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러나 '4강 쾌거'에 힘입어 병역 특례라는 혜택을 손에 넣었다. 3년 전 배우는 입장에 있었던 김태균은 이제 당당히 대표팀의 중심 타자로 우뚝 서게 되었다. 지난해 8월 베이징올림픽까지 '국민 타자'로 추앙받던 이승엽(33. 요미우리)이 불참 의사를 밝힌 데 이어 1회 대회서 중심 타선에 포진했던 최희섭(30. KIA) 또한 국내 무대서의 부진으로 인해 1차 엔트리에 조차 포함되지 못했다. 그에 반해 김태균은 탁월한 허리 원심력을 바탕으로 장타력을 과시하며 성장세를 나타냈다. 홈 구장인 대전구장이 작다는 이유로 성적 이상의 평가를 받지 못했던 김태균이지만 현장에서 보는 경기 내용과 타격 매커니즘에서는 김태균만큼 높은 점수를 얻는 타자를 찾기 힘들다. 대표팀의 주전 1루수 및 중심 타자로 활약해야 할 김태균에 대한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팀을 8년 만의 가을 잔치로 이끌었던 이대호 또한 체중 감량에 힘쓰며 2009시즌 비상을 노리고 있다. 지난 시즌 이대호는 3할1리 18홈런 94타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해냈다. 지난 시즌 중반 끝이 보이지 않는 부진에 허덕이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으나 올스타전을 분기점으로 바닥을 치고 올라가며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획득에 크게 공헌했다. 특히 이대호에게 WBC는 가치 재평가를 위한 또 하나의 장이다. 그는 지난 시즌 팀의 중심 타자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도 전년 대비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단과의 연봉 협상에서 저평가를 받았다. 8년 전 세계대회 우승을 합작했던 추신수, 김태균과 태극마크를 다시 달게 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이대호의 동기부여 거리는 가득하다. 8년 전 고등학생 신분으로 세계 최강 쿠바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동기생 3명. 우여곡절 끝에 또다시 함께 세계 대회에 나서게 된 '추-태-호 트리오'가 또다시 한국 야구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 지 팬들의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farinelli@osen.co.kr 추신수-김태균-이대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