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간의 욕망 속에 변질되어가는 공간, ‘발자국 안에서’ 이 공간의 현실이 무섭다. 연극은 사회라는 공간에 속해있는 관객을 공포에 몰아넣는다. 공간 안에 규정된 틀에서 통제되고 있는 ‘나’를 되돌아본다. 평범했던 일상의 자극적인 생활의 발견이다. 연극 ‘발자국 안에서’는 현실 속에 소유하지 못한 공간에 소외돼 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연극은 어느 변두리 동네에 쌀집이었던 공간에 세를 들어 자신의 작업실로 쓰려던 화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변두리 동네사람들은 화가의 작업실이 “30년간 쌀을 팔던 곳이니 쌀을 팔라”고 아우성이다. 견디다 못한 화가는 셀프 서비스로 쌀을 팔게 되지만 동네 사람들은 김치와 담배도 팔 것을 제안한다. 날이 갈수록 동네사람들의 자신들의 편의를 위한 요구는 늘어만 가고 젊은 화가의 공간은 어느 새 그림을 그리는 작업실이 아닌 물건으로 가득찬 동네 슈퍼마켓으로 변해간다. 처음에 화가는 쌀을 팔면서 쌀 봉투에 그림을 그려주며 마을사람들과 소통을 한다. 쌀 봉투의 그림은 화가로서 성공한 미래를 꿈꾸게 하고 의미 있는 쌀 봉투 전시회를 열게되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때까지 화가의 공간은 타협과 공존의 공간이 가능한 것처럼 그려지지만 현실과 인간의 물질적 욕망은 빠른 속도로 주객을 전도시킨다. 인간의 욕망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김광보 연출의 무대는 인간의 욕망이 채워져 가는 것을 단순하게 표현했다. 처음에 사각 기둥이 전부이던 것이 세속적인 욕망에 빠져들수록 많은 물건들로 채워졌다. 그 공간은 인간들의 요구대로 물건들로 가득차면서 숨통을 조여 오는 공포의 공간으로 변해간다. 연극 ‘발자국 안에서’는 인간의 욕망에 의해 순수하고 희망적이던 공간이 변질되어 가고 있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인간들이 살아가는 죽음의 공간, 파괴된 인간성과 소외된 인간을 그리다. 연극 '발자국 안에서'는 ‘인류 최초의 키스’ ‘웃어라 무덤아’에 이은 김광보 연출과 고연옥 작가 콤비의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 작가 고연욱은 발자국 안에서 시간과 공간이 인간을 괴물로 만들 수 있음을 이야기 한다.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살인의 공간을 이기적인 인간들의 파괴적인 인간성과 소외되어 죽어가는 공간으로 표현했다. 살인사건의 공간은 커다란 사회라는 발자국 안을 표현하는 동시에 그 속에 존재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담아낸 것이다. 게다가 콤비를 이룬 김광보 연출은 그 속에 규정된 틀과 파멸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냈다. 규정을 벗어나려는 소외된 인간을 죽음까지도 시각적으로 무대 위에 올렸다. 모두 똑같은 회색의 옷을 입고 종종 걸음을 걷고 있는 발자국 안의 사람들은 규정된 틀 안에 사람들로 묘사됐다. 연출은 이들의 모습에서 어둡고 컴컴한 틀에 박힌 현실에 살고있는 우리들의 반복된 삶을 말하고 있다. 작품은 현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관객들은 발자국 안에서 자신도 모르게 흡수돼 규정된 틀 속에 갇혀있는 자신의 생활을 발견하게 된다. 공연이 끝나고 객석은 발자국 안에 짓밟혀 파멸한 화가의 모습에서 죽음의 공포 속에 적막이 흐른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발자국 안의 공포가 아닌, 어두운 그림자 속에 비치는 나 자신의 이기심이다. jin@osen.co.kr 연극 ‘발자국 안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