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시트콤’은 신인들에게는 등용문 구실을, 방송사에게는 저비용 고효율을 내는 효자 상품으로 꼽혀왔다. 제작여건이 어려워지면서 한 때 전성기를 누렸던 시트콤은 옛날에 비해 소원해졌지만 여전히 그 끈은 놓지 않고 있다. 요즘 브라운관에서 인기 있는 연기자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대부분 ‘시트콤’에 출연했던 과거가 있다. 시장은 작아졌지만 그 속에서도 시트콤으로 눈도장을 찍은 뒤 정극으로 진출하는 연기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중이거나 방영 예정인 드라마 주인공들을 살펴보자. ‘에덴의 동쪽’ 의 송승헌과 3월 방영될 ‘카인과 아벨’의 소지섭은 과거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에 출연해 많은 인기를 누린 바 있다. ‘꽃보다 남자’의 구혜선은 MBC 시트콤 ‘논스톱5’, 이민호는 SBS 청춘시트콤 ‘달려라 고등어’, 김범은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내 사랑 금지옥엽’의 지현우 또한 KBS 2TV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지 PD라는 캐릭터로 단숨에 누나 팬들을 얻었다. 40% 시청률 고지를 찍은 ‘아내의 유혹’의 이재황도 SBS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정일우와 박민영 역시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 출연한 뒤 화제로 떠올랐고, 각각 ‘돌아온 일지매’와 내달 방영될 ‘자명고’로 정극 연기자 신고식을 치른다. 박민영은 ‘자명고’ 기자간담회에서 “긴 호흡을 가진 작품을 하는 만큼 부담될 수 있지만 일우와 저 모두 힘든 선택을 한만큼 둘 다 잘됐으면 좋겠다. 잘할 거라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뿐만이 아니다. 송혜교와 김래원은 SBS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 함께 출연한 이력이 있다. 송혜교는 그 뒤 드라마 ‘가을동화’에 캐스팅 되며 대대적인 인기를 누렸다. 한고은은 SBS 시트콤 ‘뉴욕스토리’로 연기를 시작했고, 김태희는 SBS 시트콤 ‘렛츠고’에, 비는 SBS 시트콤 ‘오렌지’에 얼굴을 비춘 바 있다. 현빈과 한예슬은 MBC ‘논스톱4’로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충무로 기대주인 박보영 또한 SBS 청춘시트콤 ‘달려라 고등어’에 ‘꽃보다 남자’의 이민호와 ‘바람의 화원’의 문채원과 함께 출연한 바 있고, 조인성 또한 MBC 시트콤 ‘뉴논스톱’에 출연하며 인기에 불을 지폈다. 당시 ‘남자 셋 여자 셋’ ‘논스톱’ ‘뉴 논스톱’ 등의 청춘시트콤은 남녀 대학생들의 로맨스와 각 인물들의 캐릭터를 조화시키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같은 시트콤 출신 스타들의 경우 연기 외에도 다양한 재능이나 끼를 가지고 있어 차세대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연예가 관계자의 전언이다. 최근 만난 한 방송사 관계자는 “시트콤 연출은 항상 생각하고 있다. 기존의 시트콤 형식에서 벗어난 색다른 형식을 생각해두고 있다”며 “하지만 언제 가능할 지는 불투명”이라고 내다봤다. 여러 방송 관계자들은 “시트콤을 잘 연출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1주일에 30분 분량의 일일연속극 형식의 시트콤을 만드는 건 무리”라고 입을 모은다. 시트콤은 드라마와 달리 등장인물과 배경, 성격 등을 어느 정도 고정시켜 놓고 매회 극적인 상황을 통해서 웃음을 연출해야 한다. 바로 이 점이 제작여건상 쉽지 않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이런 환경 속에서 ‘남자 셋 여자 셋’ ‘논스톱’ 대본을 집필한 김현희 작가가 MBC 시트콤 ‘여자는 죽지 않는다’(가제)를 통해 시트콤 컴백을 알린다. 김 작가는 과거 인터뷰에서 “시트콤이 사라져가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시트콤 집필에 대한 꿈은 항상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드라마와 예능의 홍수 속에서 또 한편의 신선한 ‘시트콤’ 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그 속에서 또 어떤 신인들이 앞으로 브라운관의 초석이 될 지 자못 궁금해진다. y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