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직 후보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것인가'. 이승엽(33, 요미우리 자이언츠) 지난 30일 출국 인터뷰를 통해 오는 3월 열리는 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사퇴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나 자신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한 이승엽은 "요미우리에 미안한 마음이 너무 크다"며 "이대호(롯데)와 김태균(한화) 등이 대신 활약할 것"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이승엽은 그로부터 몇시간 후 일본에서 현지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WBC와 관련한 질문을 받은 이승엽은 "WBC? 그것은 끝난 이야기"라고 일축하며 WBC 대표팀 사퇴를 재표명, 31일 스프링캠프지인 미야자키로 이동했다. 이에 등 대부분의 일본 스포츠지는 일제히 '이승엽이 WBC 불참 재선언'이라는 요지의 글을 실었다. 그만큼 지난해 8월 열린 베이징올림픽을 비롯해 여러 차례 일본대표팀에게 통한의 장면을 안긴 이승엽이 국가대표팀 사퇴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WBC 대표팀 후보로 거론되어 온 점이 신경쓰였다는 반증이었다. 31일자 는 이승엽의 사퇴를 반기면서도 '한국은 왜 아직까지 WBC 2차 후보 명단에 이승엽의 이름을 남겨두고 있는가'라고 의문을 달았다.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계약한 투수 박찬호(36)의 경우는 사퇴를 인정받아 32명의 2차 후보 명단에서 빠져 31명으로 줄었는데 이승엽의 이름을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승엽은 이미 지난해 일본시리즈가 끝난 다음날 "내년은 요미우리의 일원으로 결과를 남기지 않으면 안된다"며 일찌감치 WBC 불참을 표명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요미우리가 분명한 양해를 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측은) 아직 몇 %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겠는가"라는 이승엽의 말을 전한 이 신문은 "선수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싶다"는 기요다케 히데토시 구단대표의 말을 빌어 요미우리 구단의 기본자세를 설명했다. 이어 이승엽 입장에서는 소속팀인 요미우리 구단이 양해를 구해주면 마음이 편했을지 모르지만 요미우리가 이승엽을 아예 만나주지도 않고 돌려보내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요미우리 입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한국측에서 "이승엽의 의사와 관계없이 한국대표에 참가시키지 않을 작정인가"라는 있지도 않은 의혹을 가질 수도 있으며 이는 곧 국제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 또 이 신문은 "젊은 선수들을 이끌 리더로서의 이승엽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가 난다. 이승엽 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김인식 한국대표팀 감독의 말을 전하며 오는 15일부터 하와이 합숙을 거쳐 22일 최종 후보를 확정해야 하는 한국팀이 언제쯤 이승엽에게 '한국대표팀 후보' 직함을 떼낼 것인지 궁금하다고 의아스럽다는 표정이다. 그러면서 는 이승엽이 현재 WBC에 출전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승엽은 작년 불과 45경기에 출장, 8홈런에 그쳤고 2군까지 내려갔다왔다. 올해 캠프도 이승엽에게 주전자리를 보장하고 있지 않다. 만약 신인 오타 다이시(19)가 3루를 차지하면 오가사와라 미치히로가 1루로 옮겨야 한다. 이럴 경우 오가사와라가 1루로 옮길 수 있고 이승엽은 작년과 같은 성적이라면 거처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언론과 "2010년까지 돼 있는 요미우리와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미국에 도전하고 싶다"는 이승엽의 인터뷰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승엽이 지난 30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분명히 메이저리그는 내 야구인생의 꿈이지만 아직 요미우리와의 계약기간이 남았다"며 "올해와 내년은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 이제부터 메이저리그 관련 질문은 삼가해달라"고 말한 것을 들어 '2년 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것은 이승엽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못박았다. 결국 WBC 대표팀 명단에서 이름을 없애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마저 없애주길 바라는 일본 야구계의 시각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는 셈이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