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정운찬(61.사진) 전 서울대 총장을 공석중인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추대하기 위한 움직임이 야구계에 조심스럽게 일고 있다. KBO 총재 공백 상태가 한 달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뜻있는 야구인들 사이에 사회적으로 덕망 있고, 야구에 대한 식견이 남다른 인사를 모셔 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번져가고 있다. 야구인들은 총재로 추대할 경우 어느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을 인물로 정운찬 전 총장을 비롯해 어윤대(64) 전 고려대 총장과 김종량(59) 한양대 총장 등 교육계 출신들을 꼽고 있다. 이는 이들의 깨끗한 이미지와 함께 야구발전을 위해 전력을 쏟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담겨져 있다. 이 가운데 어윤대 전 총장은 현재 국가 브랜드 위원장을 맡고 있고, 김종량 씨는 현직 대학 총장이란 점에서 행동반경이 좁아 현실적으로 KBO 총재를 맡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야구계에서는 정운찬 전 총장을 가장 적합한 인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정운찬 전 총장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부 야구인들의 일방적인 바람이란 점에서 설령 야구계의 의견이 모아진다고 해도 정 전 총장이 KBO 총재를 수락할 지는 미지수다. 전문가 이상 가는 야구식견을 갖고 있는 정운찬 전 총장은 예전 각종 인터뷰에서 "야구 관련 서적을 쓰는 것과 프로야구에서 일을 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할 만큼 야구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2007년 대선불참을 선언한 뒤 곧바로 잠실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전한 정 전 총장에게 야구는 안식처이며 마음의 고향이다. 지난 해 3월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LG의 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선 방송해설을 맡기도 했다. 정치권이나 정부에서도 야구계에서 정운찬 전 총장을 새 총재로 옹립할 경우 거부할 명분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얼마 전 "체육단체장은 체육인끼리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해 KBO 총재 선출과 관련해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도 박종웅 전 한나라당 의원 내정과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자진사퇴 파문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기 때문에 또 다시 정치권 인물의 '낙하산 인사'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대한야구협회 회장에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이 선출된 것도 KBO 총재의 정치권인사 부임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저간의 상황을 인식한 야구인들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 전 총장은 오래 전부터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새 KBO 총재 후보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정 전 총장 자신이 이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데다 때마침 정치권 인사의 대두로 추대논의가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야구인들은 "이번에야 말로 가만히 앉아서 정부의 낙점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야구계가 원하는 인사를 직접 찾아가 모셔 와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