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감독들, "KBL, 문제의 본질 몰라 드래프트 파행"
OSEN 기자
발행 2009.02.03 16: 44

2009 KBL 신인 드래프트가 선수들의 집단 행동으로 약 20여 분 간 지연되고 중간에 선수들이 모두 퇴장하는 파행을 겪은 끝에 가까스로 마무리됐다. 3일 오후 서울 교육문화회관서 열린 드래프트에 앞서 오전에 열린 트라이아웃 직후 대학 감독들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현 상황을 설명하면서 요구 조건이 관철되지 않는 한 드래프트에 참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선수들은 체육관에 모여 드래프트장 입장을 거부하며 예정된 시간인 오후 2시까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KBL이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선발하겠다고 약속, 약 20분 만에 행사장에 들어섰다. 대학 측은 전날 혼혈선수 드래프트서 선수를 뽑은 5개 구단을 제외하고 1라운드 1~5순위 지명권을 갖게 된 구단들이 역순으로 진행하는 6~10위 지명권도 모두 행사하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1라운드 7순위까지 정상적으로 진행됐지만 3순위서 지명권을 행사한 모비스가 8순위서 지명을 포기하자 감독들과 드래프트 대상 선수들은 모두 현장을 빠져 나가며 일촉즉발의 위기에 몰렸다. 결국 KBL이 대학 측의 뜻을 전폭 수용하기로 결정, 드래프트가 재개됐고 합의대로 9순위가 아닌 8순위 지명권을 넘겨 받은 오리온스가 동국대 가드 김강선을 지명했다. 결국 이날 드래프트서 KBL 10개 구단은 모두 17명의 선수를 선발했다. 이는 사전에 KBL과 대학농구연맹의 합의에 따른 인원이었다. 그러나 이날 드래프트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마무리되고 말았다. 대학 감독들을 대표해 김동광 KBL 경기위원장과 협상한 최부영 경희대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것은 KBL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1라운드와 2라운드는 연봉부터 계약기간까지 완전히 다르다. 2라운드 이하 선수들은 1년 만에 내보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또 한 대학 감독은 "혼혈 선수 선발도 중요한 문제지만 더욱 문제로 생각되는 것은 KBL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지난 2005년 신인 드래프트서도 김효범으로 인해 문제가 생겼을 때 KBL의 이야기만 믿었다 당하고 말았다. 그래서 집단적으로 나갈 수 밖에 없던 것이다"고 주장했다. 드래프트가 끝난 후 대학 감독들은 바로 현장을 뒤로 한 채 잰걸음으로 빠져 나갔다. 합의된 인원이 뽑히기는 했지만 과정에서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앙금이 남아 있던 것. 현장을 떠나던 농구계 한 원로는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쨌든 검증되지 않은 선수들이 우선적으로 뽑히는 것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다.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다시는 이런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10bird@osen.co.kr 김동광 KBL 경기위원장과 대학 감독을 대표한 최부영 경희대 감독이 협의를 마친 뒤 드래프트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윤민호 기자 ym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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