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던질 수 있어요. 괜찮습니다". 동장군의 습격이 아닌, 따뜻한 햇볕의 반가움 때문이었을까. 국내에 잔류해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베어스 필드서 훈련에 열중한 두산 타자들은 육중한 체구의 배팅볼 투수의 공을 집중하며 배팅 케이지에 들어섰다. 타자들은 물론 배팅볼 투수 또한 점심 때가 되었음에도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이두환(21). 장충고 시절이던 지난 2006년 쿠바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서 한국의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MVP) 김광현(21. SK)과 함께 BEST 9에 선정되며 주목을 받았던 거포 유망주다. 현재 무릎 수술 후 재활에 열중하고 있는 이두환은 배팅 훈련에는 참가하지 못했으나 배팅볼 투수로 훈련에 참여하며 동료들을 거들었다. 2007년 2차 지명서 두산에 2차 2순위로 입단, 기대를 모았던 이두환은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인해 데뷔 후 2년 간 거의 2군서만 뛰며 절차탁마에 힘썼다. 2007시즌 단 한 타석의 기회를 잡았으나 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던 이두환은 "다시 1군에 올라보고 싶어요. 수술까지 한 만큼 꼭 재활에 성공하겠습니다"라며 2009시즌 각오를 밝혔다. 상처와 영광을 함께 안겨준 고교 시절 아마추어 시절 잠재력을 떨치며 잊을 수 없는 시기를 보낸 유망주들이 모두들 그렇듯, 이두환에게 장충고 재학 시절은 뜻깊은 시간이었다. 유종겸(전 MBC), 양세종(전 OB), 이병규(주니치), 홍세완(KIA) 등 걸출한 선배들이 이루지 못한 전국대회 우승의 위업을 동료들과 함께 일궜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뻤죠. 그때 대통령배랑 황금 사자기에서 우승을 거뒀거든요. 유영준 감독님께서 눈물을 흘리실 정도로 감격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같이 뛰던 멤버가 좋았고 저는 그 때 팀 주장이었거든요. '꼭 열심히 해서 우승을 하자'라고 이야기하고 분발하면서 경기에 나섰는데 우승을 두 번이나 하게 되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뒤에는 세계 대회 우승까지 했으니 기분 최고였죠.(웃음)" 그러나 그의 고교 시절이 기쁨으로 일관된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까지 그를 끈질기게 괴롭혔던 무릎 부상을 안겨준 것 또한 고교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육중한 체구로 인한 무릎 통증이 아닌, 홈 플레이트에서의 크로스 플레이로 생긴 부상이었기에 그의 안타까움은 더했다. "관절을 잇는 인대 부위가 파열되었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병원을 세 군데나 다녔는데 수술 없이 재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오전에는 재활 치료를 받고 학교에 가면 또 평소처럼 훈련을 계속했는데 아무래도 포수 자리에 있다보니 계속 무릎을 움직이게 되서 완치는 안 되더라구요" 포수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1군 데뷔전 엄청난 산고를 겪은 어머니가 자녀에 대한 애정을 쏟듯, 포수에게 포수라는 직종은 엄청난 애착을 가져다 준다. 2007년 말엽 홍성흔(32. 롯데)이 포수 자리를 놓고 트레이드까지 자원한 것은 이를 확실하게 증명한다. 고교 시절까지 마스크를 쓰다 두산 입단 후 내야수로 전향한 이두환 또한 그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 놓았다. "2006년 마무리 훈련에 참가하는 데 무릎이 아프더라구요. 그때까지만 해도 포수 훈련을 하던 때라 무릎이 아픈 내색을 하지 않고 계속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는데 김태형 배터리 코치께서 마무리 훈련 종료 후에 절 부르셔서 포수 할 생각이 있는지 여쭤보시더군요. "코치께서 '무릎 수술까지 시키면서 널 포수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라고 하셨습니다. 타격에 전념해 1군에 올라오라는 지시였죠. 실력이 아쉬웠기에 그러한 평이 나왔겠지만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 포수로 시작했기 때문에 그만큼 아쉬움이 컸습니다. 무릎을 다치지 않았더라면 계속 포수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분위기가 무거워지는 것 같아 급히 화제를 1군 데뷔전으로 돌렸다. 이두환은 지난 2007년 9월 9일 잠실 롯데 전서 데뷔 전을 치렀으나 5구 째만에 삼진으로 물러나며 덕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그것이 현재까지 이두환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1군 출장 기회다. "엄청 떨렸어요. 타석에 들어서니 마치 처음 야구를 할 때처럼 투수만 보이고 배경이 어두컴컴하더라구요. 계속 공을 집중하다가 볼카운트 2-2까지 갔는데 슬라이더에 속아 보기 좋게 삼진 당했습니다. 덕아웃으로 들어가니 김광림 타격코치께서 어땠는지 여쭤보셔서 '투수 밖에 안 보였다'라고 말씀드렸더니 등을 두드리시며 '처음엔 다 그렇다'라고 하시더라구요" 다시 한 번 1군 무대에 서겠다 지난 시즌 2군서 2할8푼6리 8홈런 41타점을 기록한 이두환은 3루수로도 제법 많은 출장 기회를 가졌다. 육중해 보이는 체구였으나 포수 출신인 만큼 정면 타구에 강점을 갖췄고 유연성도 뛰어나 나쁘지 않은 수비를 보여줬다는 후문이다. "데뷔 시즌에도 가끔 3루에 섰는데 공이 오면 불안하더라구요. 지난해 전지훈련에 참가해서 열심히 3루 수비 연습을 한 덕분인지 지난 시즌에는 1루에 서는 것처럼 편했습니다. 이제 3루에 대한 부담감 같은 건 없어요" 지난해 11월 뒤늦게나마 무릎 수술을 받은 이두환은 현재 재활 3개월 째에 돌입 중이다. 무릎에 완전히 힘을 싣지는 못하고 있어 동료들처럼 배팅 훈련에는 참가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배팅볼 투수로 몸을 움직이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어깨라도 만들어 놔야 할 것 같아서 배팅볼 투수를 자원했습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배팅 케이지에 서지는 못하고 있습니다만 슬슬 T배팅에 나서려고 준비 중입니다"라고 이야기 한 이두환은 2009시즌 목표에 대해 소박하고도 당찬 각오를 내세웠다. 무리하지 않고 재활에 힘을 쏟은 뒤 두 번째 1군 도전에 나서겠다는 그의 눈빛에는 진지함이 넘쳐 났다. "일단 수술을 한 만큼 재활에 성공해 100%의 몸상태를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빨리 방망이를 쥐고 싶습니다만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겪은 만큼 재발하지 않도록 차근차근 몸을 만든 뒤에 시즌을 마치기 전에 꼭 1군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