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와 부상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환한 미소는 변함없었다. 4일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심광호(32, 포수)는 "지난해 부상을 당하고 힘든 과정을 겪으며 행복이 특별한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힘든 시기였지만 인생의 공부를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 북일고를 졸업한 뒤 지난 1996년 한화에 입단한 심광호는 지난해 4월 삼성으로 둥지를 옮겼으나 팔꿈치 부상 탓에 40경기에 출장, 타율 1할9푼7리(71타수 14안타) 2홈런 8타점 5득점에 그쳤다. 그는 지난해 11월 팔꿈치 뼈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재활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심광호는 2007년 가을부터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는 "수비에 대한 부담 탓에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 송구 능력 향상에 많은 비중을 두고 훈련했는데 팔꿈치 통증을 느꼈다. 훈련량이 많아 그런가 싶어 쉬었지만 1월 하와이 전훈 때 부상이 악화돼 조기 귀국했다. 병원에서 수술없이 재활하면 된다고 해서 열심히 훈련하려고 했지만 이적 통보를 받았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이적 후 코칭스태프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기 위해 통증을 참고 뛰었다. "이곳에 와서 바로 뛰어야 하는 상황이라 통증을 참고 운동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마음만 갖고 뛰었다. 통증도 심해지고 성적도 안 좋았으나 시즌 끝난 뒤 수술하겠다고 마음먹은 뒤 더 열심히 뛰었다. 감독님의 배려 속에 대타로 나서거나 플레이오프 엔트리에도 포함돼 자신감을 얻었다". 팔꿈치 상태는 많이 호전된 편. 그는 "현재 50% 정도로 훈련하는데 조금씩 이상이 있지만 어차피 수술해서 그런거니까 신경쓰지 않고 꾸준히 페이스를 끌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도 "현재 30m 거리의 캐치볼과 타격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팔꿈치 상태는 아주 좋다"고 평가했다. "삼성에서는 수비보다 공격에서 기대를 거는 듯 하다"는 말을 건네자 심광호는 "하나라도 기대 걸어주시는데 감사드린다. 한화에서는 수비에 대한 비중이 컸다. 나도 투수들을 편안하게 리드하고 가끔 한 방 쳐주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여기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구단과 사령탑이 다른 만큼 선수에 대한 기대치도 조금씩 달리진다고 본다. 이곳에서 원하는 컨셉트로 빨리 바꿔 적응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치열한 안방 경쟁 속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살리는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심광호는 "갑용이형이나 재윤이의 스타일을 따라하는 것보다 내가 했던 만큼 하면서 나만의 스타일을 살리면 된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지 않겠냐. 갑용이형이나 재윤이의 장점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다. 기회가 온다면 잡으려고 노력하겠지만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심광호는 후배들에게 프로에서 얻은 경험 뿐만 아니라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마음이 통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부드럽고 즐겁게 운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잘 하고 있는 후배들은 이야기하지 않아도 행복하잖아. 그러나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따뜻한 한 마디 건네면 큰 도움이 된다. 나도 후배 때 선배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이기도 하다. 특별한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말보다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그의 목표는 소박하다. "원래 젊었을 때는 주전 포수가 되겠다, 많은 연봉을 받고 싶다 등 목표가 많았다. 그러나 한 번 아파보고 힘든 과정을 겪으며 행복이 특별한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1군이든 2군이든 부상없이 운동하는게 올 시즌 목표이다. 그리고 멀리 내다본다면 팬들에게 '심광호가 삼성에 잘 왔구나' 하는 말을 듣고 싶다. 나이도 먹다 보니 다른게 중요한게 아니라 지금처럼 해마다 성실히 노력하며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심광호와의 인터뷰가 끝날 무렵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억대 연봉 선수도 있지만 그 밑에 그늘진 곳에 있는 선수들도 아주 많다. 못하는 선수들이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선수 뿐만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은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자체가 큰 힘이 된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