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해도 할 수 있나. 경기가 어려운데 어쩔 수 없지.” 올해 파일럿 프로그램을 폐지하게 된 한 제작진의 말이다. 어려워진 주머니 사정이 프로그램 순환주기를 빠르게 하고 있다. 신선함을 꾀하고자 파일럿으로 편성됐다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정규 편성된 SBS프로그램들이 시작과는 다르게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추석 때 한 차례 편성됐던 ‘연애시대’는 지난해 11월 6일 첫 방송되며 포맷에 있어 호평을 받았지만 시청률은 한 자릿수를 보이며 결국 오는 19일 4개월 만에 폐지하게 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1일 첫 방송된 '좋아서' 또한 3개월 만인 1월 24일 문을 닫았다. 파일럿 프로그램 중 두 자릿 수 시청률이 나오는 ‘절친노트’만이 자리를 지킨 셈이다. SBS 박정훈 예능국장은 이 같은 파일럿 프로그램 폐지에 대해 “경영 편성에 의해 의한 것”이라며 “시청률 문제도 있지만 야외 스튜디오물은 제작비가 많이 든다. 이 같은 불경기에 방송사로써는 제작비가 조금이라도 덜 드는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밖에 없다. 아마 올해부터 불황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이어 “경기가 어렵다보니 시청률이 높으면 광고가 많이 붙는다는 것조차 옛말”이라며 “시청률 10%가 넘는 프로도 사실 광고가 붙지 않는 것이 많다. 잘 나간다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라고 현 제작환경을 전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의 폐지 시기가 빨라진 것은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긍정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오히려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 시도로 변화를 줄 수 있는 좋은 시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연애시대’가 폐지된 자리에는 특집 다큐멘터리가 편성되고, ‘좋아서’ 자리에는 설특집으로 한 차례 파일럿 방송됐던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이 정규 편성된다. ‘대결! 스타 셰프’ 는 봄 개편 정규편성을 고려중이다. 박정훈 예능국장은 “‘연애시대’는 폐지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좋아서’의 경우 대신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이 편성되기 때문에 폐지가 아닌 교체 편성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국장은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의 경우 애초부터 ‘좋아서’ 후속으로 생각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설 특집 때 한차례 방영됐던 ‘대결! 스타 셰프’ 는 봄 개편 정규편성을 고려하고 있다. ‘상식 스캔들’은 제작비 관계상 편성이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SBS 예능 제작진들은 이 같은 경영편성에 대해 “경기 불황으로 제작비가 감소하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앞으로 ‘파일럿’ 편성은 지속될 것 같다”며 “비단 SBS만이 아닌 지상파 방송 3사 모두에게 해당되지 않겠느냐”며 입을 모았다. yu@osen.co.kr 정규편성됐다 폐지된 SBS '연애시대'와 '좋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