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팬들을 걱정하게 만들고 있다. 시리아 및 바레인과 평가전에서 드러난 대표팀의 문제는 스트라이커들의 골 결정력 부족 못지 않게 중원과 수비의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다.
지난 4일 바레인전서 대표팀은 부상으로 이탈한 기성용 대신 김치우를 투입하며 김정우와 함께 중원 장악의 임무를 맡겼다. 허정무 감독의 전술적인 선택에 따라 주로 수비적인 역할에 주력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특히 미드필더들간 간격 유지에 실패한 대표팀은 수 차례 위험한 장면을 연출한 끝에 평가전에서 2연속 무승부라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남겼다. 주로 측면에서 위협적인 공세를 펼칠 이란에 지금 모습으로는 위험하다는 평가이다.
박지성 시프트가 해결책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오는 9일과 10일 해외파들이 합류하는 대표팀에는 탁월한 중원 해결사가 한 명 있다. 바로 '신형엔진' 박지성이다.
대표팀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로 측면에서 기용되던 그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중앙 미드필더 기용이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7일 요르단과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4차전에서 조원희의 발목 부상으로 구사되었던 이 전술은 1-0 승리라는 성과를 냈다. 허정무 감독이 박지성의 중앙 미드필더 기용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더군다나 박지성의 이동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염기훈까지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 받고 있다. 바레인전에서 프리킥과 코너킥으로 김정우와 이근호의 헤딩골을 연출한 염기훈은 박지성과 같은 왼쪽 측면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살림꾼, 하대성의 기용은?
시리아전에서 대표팀의 새로운 살림꾼으로 떠오른 하대성의 기용도 고려해볼 수 있다. 기성용의 부상으로 이른 시간에 교체 투입된 하대성은 전반 수비적인 역할과 후반 공격적인 역할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단단한 수비 속에 맹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란전에서 전방에 들어가 있는 선수를 살리면서 본인도 직접 2선에서 침투 플레이가 필요하기에 하대성의 투입 가능성은 더욱 대두되고 있다.
하대성을 기용할 경우 자연스럽게 박지성이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게 된다. 오른쪽 풀백으로서 활발한 공격이 예상되는 호세인 카에비를 걱정하던 허정무 감독으로서는 든든한 해결책이 아닐 수 없다.
선수의 문제가 아닌 전술의 문제
그러나 대표팀의 문제는 선수의 문제가 아닌 전술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4-4-2 포메이션은 공격을 펼칠 때는 2-4-4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대표팀은 이 부분이 매끄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수비 시에는 4-2-4 형태로 벌어지면서 측면에 잦은 빈 틈을 드러내는 등 위기를 자초했다. 대표팀의 문제가 전술에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김대길 KBS N 해설위원은 "허정무 감독의 전술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이란과 단판 승부에서는 실점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 수비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역습 상황에서 수비 시에 측면을 어떻게 막을지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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