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세상 속 ‘감동’ 다큐, 또 다른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
OSEN 기자
발행 2009.02.05 09: 24

‘아내의 유혹’, ‘꽃보다 남자’ 등 소위 막장드라마의 인기가 뜨겁다. 드라마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의 아이러니함을 느끼며 헤어나오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네티즌들의 내린 결론이 압권이다. “세상이 막장이라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친다.” 시청자들이 가공된 현실인 드라마를 통해 ‘통쾌함’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면 현실과 가까운 다큐멘터리에서는 건강함과 감동을 찾는다. MBC 창사 47주년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 영화 ‘워낭소리’ 등이 다큐멘터리로서는 이례적인 시청률과 관객몰이로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다. 3부작으로 제작된 ‘북극의 눈물’은 북극 지역의 동물과 이들과 공생하는 현지 원주민 이누이트의 삶을 통해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3편 모두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주관하는 ‘2008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12월 수상작에도 선정됐고 극장판 상영 추진, 영화제 출품, 책 출간 등으로 감동을 이어가고 있다. ‘워낭소리’는 40살 늙은 소와 반편생을 함께 한 늙은 농부의 우정을 다루고 있다. 묵묵히 곁을 지키며 손과 발이 되는 소는 할아버지와 인간 이상으로 깊은 교감을 나눈다. 할머니는 늙은 소에게 질투하며 지청구를 늘어놓는데 그 모습이 짠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낸다. 할아버지는 할머니 잔소리에 묵묵부답이지만 소에게는 지극정성이다. 영화는 입소문을 타 개봉 20일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하며 다큐멘터리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성공한 다큐멘터리인 ‘워낭소리’와 ‘북극의 눈물’은 시청률 높은 드라마와 전혀 다른 양상이다. 자극적이고 급박한 스토리 전개와 달리 느림, 기다림의 미학이 있고 조미료 빠진 건강하고 담백한 맛을 전한다. 인간들은 드라마 속에서 복수와 폭력, 욕심으로 얼룩지지만 두 작품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동물의 상생과 나눔, 희생적인 삶을 다룬다. 드라마에서 인간의 목숨은 점점 경시된다. 하지만 ‘워낭소리’에서는 인생의 반려자인 소가 죽자 장례 치르고, 낱알을 덜 떨어뜨리기 위해 기계가 아닌 낫으로 직접 벼를 베는 우직한 농부의 모습이 나온다. 북극의 이누이트들은 사냥을 평생의 업이자 자부심으로 삼지만 인간은 자연의 일부임을 잊지 않는다. 이들은 감정의 표현도 격하지 않다. 목숨 같은 소가 죽어가는 모습에 누구보다 가슴 아팠을 농부지만 “낭패래”라는 한마디가 감정 표현의 전부다.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서툴고 투박한 모습이 더욱 짠하고 진심 그 이상의 감동을 전해준다. 막장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대리만족을 준다면 각박한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이들의 순수하고 소박하고 진실된 모습 역시 사람들에게 알찬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mir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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