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란, '노름판에서 속임수를 잘 부리는 사람'(동아새국어사전)을 말한다. 허영만의 인기만화 '타짜'가 영화와 TV 드라마로 만들어져 공전의 히트를 거듭하면서, 도박판 속 타짜는 세상 밖으로 뛰어나온 지 오래다. 타짜에도 선 악의 구분이 존재하지만 도박에 대한 사회 통념상 악역 쪽에서 더 강렬한 리얼리티가 빛을 발한다. '타짜'의 고니(조승우 분)가 선이라면 아귀(김윤석 분)는 악을 드러냈고, 전국 750만명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 한 편으로 무명이었던 김윤석은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속고 속이는 노름판에서 상대의 트릭을 귀신처럼 읽어내고 유도해 손목 자르기를 즐겨하는 그의 악역 연기가 관객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적셨기 때문이다. TV로 옮겨와서는 연기파 중견배우 김갑수가 고니 역 장혁을 상대로 손가락 잘린 아귀를 열연했다. 스크린 속 아귀와는 또다른 악의 냄새를 풀풀 풍겼던 그 역시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SBS 월화드라마 ‘타짜’에는 아귀와 불구대천의 원수로 한때 전설의 타짜로 불렸던 짝귀 역으로 조상구도 등장했다. 음모에 휘말려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살인 누명을 쓰고 들어온 고니를 만나서 지원군으로 자리잡는 캐릭터다. '지옥의 링' 등 이현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다수 영화에 출연했던 조상구는 오랜 공백 끝에 허영만 만화를 TV로 옮긴 드라마에 출연, 눈길을 끌었다. 5일 개봉한 범죄 스릴러 '마린보이'에도 엄청난 카리스마의 타짜가 선을 보였다. 시사회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마린보이'는 한국과 일본의 바다 속을 오가는 마약 운반책 '마린보이'란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했다. 도박 빚에 쫓겨 바다 속 마약 운반책 '마린보이'가 된 전직 국가대표 수영선수(김강우 분)와 그를 고용하는 부산 지역의 거물 마약 밀매업자(조재현), 그리고 둘 사이에 선 매력녀(박시연) 등 강한 캐릭터들이 숨가쁘게 맞물려 돌아가며 러닝타임을 흥분으로 꽉 조이게 만드는 영화다. 타짜의 등장은 극 초반, 주인공 김강우를 도박빚의 개미굴로 몰아넣는 포커판에서 이뤄진다. 충무로의 강단있는 연기자 최정우가 분한 포커의 고수는 의욕만 넘치는 젊은 도박꾼의숨통을 꽉 조이며 객석에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우정출연한 '태왕사신기' 오광록이 "최정우 선배의 강렬한 타짜 연기는 정말 대단했다"며 과묵한 평소 성격답지않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을 정도. 영화 '타짜'의 김윤석, 드라마 '타짜'의 김갑수, '마린보이'의 최정우 등 연기파 타짜들의 열연이 이어지고 있는 게 요즘 충무로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