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롯데의 '자율훈련' 뿌리는 80년대 '해태'
OSEN 기자
발행 2009.02.06 07: 13

[OSEN=김대호 객원기자] 사이판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롯데 자이언츠의 훈련모습이 화제다. 오전 4시간 합동훈련과 오후 웨이트트레이닝. 이것이 코칭스태프에서 선수들에게 주문한 훈련의 전부다. 다른 구단에선 필수인 야간훈련은 없다. 나머지 시간은 선수들 스스로 알아서 훈련하도록 '방치'해 둔다.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실시하는 스프링캠프와 똑같은 방식이다.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이 같은 '자율훈련'이 선수들에게 창의력을 심어줄 뿐 아니라 부상을 방지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국내 다른 구단이 일반적으로 4일 훈련, 하루 휴식 일정을 택하는 것과 달리 롯데는 6일 훈련, 하루 휴식을 취한다. 이 역시 메이저리그식이다. 롯데 선수단의 단체훈련 시간은 길어야 6시간이다. 이는 지옥훈련으로 유명한 SK의 12시간에 딱 절반이다. 올 시즌 롯데의 성적이 궁금해 지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 20여 년 전인 1980년대 지금의 롯데와 같이 선수들을 '방목'하는 구단이 있었다. 말하자면 '자율훈련'의 원조인 셈이다. 1986년부터 89년까지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하는 등 통산 9차례 우승의 해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80년대 해태는 참으로 기이한 팀이었다. 열악한 구단지원과 형편없는 훈련시설 여기에 낮은 연봉. 외형적으로 드러난 형편만 보면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게 없었지만 우승을 도맡아 했으니 다른 팀에선 도무지 대책이 없었다고 한다. 특히 해태의 해외전지훈련 상황을 보면 더욱 기가 찰 노릇이었다. 당시 해태의 해외전지훈련 장소는 대만 카오슝이 단골이었다. 대만의 최남단이어서 날씨가 따뜻해서다. 오전 9시30분쯤 훈련을 시작하는 해태는 2시간가량 팀 훈련을 소화한 뒤 점심식사를 한다. 그리고 오후 2시부터 2시간 포지션별로 나눠 훈련을 하면 그것으로 그날 일정은 끝났다. 그 흔한 야간훈련도 없다. 훈련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선수는 밤에 혼자 호텔 앞 정원에 나가 방망이를 휘두르거나 섀도 피칭을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김응룡 당시 해태 감독은 오후 4시쯤 단체훈련이 끝나면 그 뒤론 선수들을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 뒀다. 김 감독이 하는 일은 아침마다 선수들 컨디션을 체크하는 것. 감기에 걸렸거나 안색이 안 좋은 선수는 김 감독에게 치도곤을 당한다. 전날 밤에 다른 짓(?)을 했다는 의심을 받기 때문이다. 식사시간마다 고추장과 라면을 들고 다니는 모습도 당시 해태의 전훈풍경 중 하나였다. 카오슝엔 한국식당이 없어 기름기 많은 중국음식을 못 먹는 선수들은 끼니때마다 라면으로 때울 정도였다. 이렇게 해외전지훈련을 마친 해태 선수들은 시즌에 들어가면 어디에 숨겨놨는지 야생의 본능이 살아나 다른 팀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롯데는 로이스터 감독 부임 이후 2년째 지금까지 배웠던 훈련과 전혀 다른 방식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베이징올림픽으로 한 달 가까이 휴식기를 가져 진정한 평가를 하기 곤란했다. 롯데의 '자율훈련'이 20여 년 전 국내 프로야구를 평정했던 해태의 '원조' 자율훈련 역사를 이어받을 지 2009년 프로야구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듯싶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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