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네스’ 샛별 전미도, “있는 그대로 빠져들고 싶다”
OSEN 기자
발행 2009.02.06 08: 25

지난해 연극 ‘신의 아그네스’(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12.6-1.10)로 단숨에 주목받기 시작한 배우 전미도(27). ‘천부적인 아그네스’ ‘아그네스 기적’ 등 그녀가 만들어낸 ‘아그네스’ 신드롬은 유난히 맑고 고운 아기 같은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무대를 기억케 한다. 아그네스와 닥터 리빙스턴 영혼과의 충돌에서 아그네스의 맑은 영혼은 전미도의 연기에서 더욱 빛이 났고 ‘제 2의 윤석화’라 불리며 대형 신인의 탄생에 문화계가 흥분했다. 상처 입은 ‘아그네스’의 여린 그 목소리와 음색이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지난 달 막을 내린 ‘신의 아그네스’ 이후 오랜만에 대학로를 찾은 전미도를 만났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차림의 그녀는 한결 해맑은 표정이었다. ‘아그네스’를 떠나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신나게 놀고 있다”고 한다. “공연 끝나고 신나게 놀고 있어요. 정말 하는 것 없이요. 레슨을 받고 할 만한 여유는 없어서 혼자 노래 부르며 그렇게 지내요.” 지난해 전미도는 뮤지컬 ‘사춘기’와 연극 ‘신의 아그네스’ 2편의 작품으로 ‘2008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연극계에서 20대 젊은 배우가 2편의 작품으로 신인상을 거머쥐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신의 아그네스’의 흥행에 이어 이례적인 수상까지 지난해를 특별하게 보낸 그녀에게 소감을 물었다. “신인상은 정말 얼떨결에 받았어요. 너무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라며 수상소감을 짧게 마무리 했다.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수줍은 아그네스와 닮았다. 수줍은 아그네스를 닮은 ‘아그네스’ 전미도 “아그네스 역을 할 때 너무 힘들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눈물을 흘려야 할 부분에 눈물이 흐르지 않았어요. 제가 해낼 수 있는 역할이 아니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전미도의 ‘아그네스’는 그녀에게 커다란 도전이었다. ‘아그네스’가 지닌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해 애를 먹었던 사연을 털어놓는다. 대사는 오직 “모르겠어요”가 대부분이었지만 그 속에 담아내야 하는 ‘아그네스’의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처음에 ‘아그네스’가 미친것 같기도 하고…,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첫 무대에서 감정을 폭발시키고 그때부터 알게 됐죠. ‘아그네스’가 겪은 감정들을 느끼는 데 힘들었어요. 오래 걸리기도 했죠.” 그녀는 그렇게 ‘아그네스’와 하나가 됐다. ‘아그네스’의 고통을 겪으려 노력했고 그 고통 속에 감정을 폭발시켜 관객과 소통을 시도했다. ‘아그네스’를 담아두고 전미도로 돌아오는 길 ‘신의 아그네스’ 공연이 끝난 지금 전미도는 자신의 연기 열정에 담겨있는 ‘아그네스’를 떨쳐내고 있다. “‘신의 아그네스’가 끝나고 쉬고 있는 동안에도 아그네스가 불쑥불쑥 나타나요. 그 아그네스 특유의 목소리 있잖아요. ‘모르겠어요’라고 할 때 여리여리한 그 목소리요. 게다가 그 억양과 말투, 목소리 톤까지 평소에 똑같이 그렇게 말할 때가 있어요.” 아직도 전미도는 ‘아그네스’에 흡수돼 있었다. 그리고 불쑥불쑥 드러나는 ‘아그네스’의 모습에 반가워하며 웃음을 지었다. “두 달 동안 쉬기로 한 스케줄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원래 씩씩하고 밝은 성격인데 ‘아그네스’ 하면서 이미지를 다르게 보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이제 제 본 모습을 드러내 볼까 해요. 내 성격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는 작품에 내 연기를 담으려고요” 당당히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는 전미도의 다음 행보, ‘김종욱 찾기’ 그녀의 다음 행보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라고 이야기한다. 전미도는 연극 ‘라이어’로 데뷔해 ‘미스터 마우스’ ‘화이트 프로포즈’ 그리고 ‘사춘기’까지 꾸준히 뮤지컬을 해온 배우였다. “전 사실 연극은 ‘신의 아그네스’가 두 번째였어요. 연극보다 뮤지컬무대에 더 많이 서왔던 배우죠. ‘신의 아그네스’하면서 이미지가 ‘아그네스’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전 원래 어린 배역으로 뮤지컬을 많이 했어요.” 뮤지컬 ‘사춘기’에서의 인상적인 연기는 그를 뮤지컬대상 신인상 후보에 올리며 뮤지컬배우로 주목받게 했다. 하지만 전미도가 선택한 두 번째 작품은 연극 ‘신의 아그네스’였다. “어떤 배역이든 소화하고 싶어요.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장르를 구애받고 싶지는 않아요.” 두 번째로 선택한 연극 ‘신의 아그네스’는 그녀로 하여금 대한민국 연극대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하게 했다. 그리고 세 번째 행보는 다시 뮤지컬 ‘김종욱 찾기’다. 배우로서 장르를 넘나들며 빛을 발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은 욕심 많은 그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김종욱 찾기’는 원래 ‘신의 아그네스’ 이전부터 하기로 했던 작품 이에요. 연출님과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어서 제가 하고 싶다고 했던 작품이고요. ‘신의 아그네스’보다 먼저 스케줄이 잡혀있었던 것인데, 우연히 쉴 수 있는 기간까지 주어져서 좋아요. 틈틈이 쉬면서 노래연습도 하고 있어요. 아마도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연습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녀가 선택한 다음 행보는 '아그네스' 이미지를 탈피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녀는 당당히 자신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는 무대를 선택했다. “무대에서 있는 그대로 빠져들고 싶다”며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너무도 완벽했던 ‘아그네스’ 전미도에게 '아그네스'로 이미지가 각인될까 걱정스럽지는 안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아그네스’는 제 연기의 하나였어요. 아그네스 이전에도 어린 이미지로 많은 덕을 봤어요. ‘아그네스’도 그 중 하나였죠. 이 전 작품에서 제 나이보다 많은 역을 해보지를 못했어요. 유난히 어린아이 역할을 많이 했었어요. 고등학생 역할을 많이 했죠. 어리게 보이는 이미지가 각인될까 걱정스럽지는 않아요. '아그네스'를 하면서 느낀 것인데, 깊이 있는, 진실된 연기를 하고 싶어요. 장르나 배역을 구분하지는 않아요.” 장르나 배역의 구분 없이, 생긴 이미지와도 구분 없는 진실된 연기 그녀는 자신이 보여준 다양한 작품 속에 캐릭터를 설명했다. “생긴 이미지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어요. 꼭 해보고 싶었던 연기는, 성인여자 연기예요. 뮤지컬 '사춘기'에서 맡은 다양한 캐릭터 중에서도 엄마 역이 가장 끌렸어요. 가식적이고 외향적인, 화려하게 치장된 그런 성인여자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아그네스’를 통해 단순히 어린아이의 이미지를 벗어나 깊이 있는 연기를 하게 됐고 외모나 목소리로 좋은 기회를 얻었던 것 같아요. ‘아그네스’를 하면서 ‘진실된 연기’에 대해 천만분의 일, 아니 백만분의 일 만큼 그 사실을 알게 됐어요. 아주 조금요. 아주 조금 다가갔는데, 이번에는 진짜 나의 성격을 무대 위에 풀어놓고 무대 위에서 진실된 연기로 놀고 싶어요. ‘김종욱 찾기’에서는 제 성격을 그대로 담은 ‘진실된 연기’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요.” ‘아그네스’의 벽을 넘어 신인답지 않은 연기를 선사했던 전미도는 연기를 위해 자신의 성격을 가식 없이 무대에 펼치며 관객과의 진실된 만남을 시도한다. 배역에 흡수되기 위해 자신의 성격을 버릴 줄 아는 너무도 성숙한 신인 전미도는 관객과 진실된 만남을 위해 또 한번의 벽을 넘어선다. ji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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