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야구협회의 퇴행적인 인사가 일파만파의 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달 29일 아마야구 수장으로 선출된 한나라당 국회의원인 강승규 신임회장이 지난 6일 프로야구 관계자들을 대거 축출하고 자신의 회장 선거운동을 주도해 온 측근들을 주축으로 주요 보직에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하자 프로야구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야구협회는 지난 몇년간 프로 기구인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운영자금 지원으로 재정을 꾸려왔으나 이번 인사로 갈등이 불거져 양측이 심각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불미스런 일까지 저지른 인사들을 포함해 구시대 인물을 대거 발탁한 이번 대한야구협회의 퇴행적 인사에 대해 ‘결별 통보’로 여기며 대응책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아마야구계의 이런 구태의연한 인사 움직임을 사전에 감지한 프로구단 단장들은 아마야구 지원금을 전액 중단하는 안을 검토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아마야구의 뒷걸음질 인사가 나기 전인 지난 5일 모임을 가졌던 프로구단 단장들은 “아마야구에서 정말 프로야구와 대립각을 세우는 인사를 단행하면 우리도 대응책을 마련하겠다. 당장 아마야구 지원금 중단을 검토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는 전언이다. 프로 구단들은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협회 재정 자립이 어려웠던 대한야구협회를 지난 2003년부터 연간 10억 원에서 15억 원 가량의 거액을 지원하며 아마야구 발전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대한야구협회가 프로측 인사들을 집행부에서 배제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면서 KBO 지원금이 끊어질 지경에 놓인 것이다. KBO의 지원금이 중단되면 대한야구협회는 매년 10억 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돼 정상적인 협회 운영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한 아마야구 관계자는 “프로 지원이 끊겨 협회 재정이 어려워지면 50억 원가량 모아놓은 야구발전기금을 깨지나 않을까”하고 걱정했다. 현재 대한야구협회는 2003년 KBO의 지원이 시작될 때 30억 원이던 발전기금을 이자까지 한 푼도 손대지 않고 50억 원으로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측의 반발이 예상외로 거세자 강승규 협회 회장 측은 “프로야구와 결별하려는 것은 아니다. 추후 이사진 구성을 더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프로측은 협회살림을 이끄는 요직에 아마야구인만을 포진시킨 이번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자세이다. 프로야구의 한 관계자는 “강승규 회장이 야구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자신을 지지했던 인사들을 무조건 요직에 기용하는 것은 문제이다. 자칫하면 명예를 얻고자 야구계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인의 장막’에 가려 불명예를 얻을까 걱정된다”며 뼈있는 한마디를 했다. 의욕적으로 아마야구 수장을 맡은 강승규 회장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시점으로 여겨진다. 프로와 아마가 한 뜻으로 협조하며 움직여야 한국야구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sun@osen.co.kr 고교야구 대회의 모습. 아마야구를 관장하는 대한야구협회가 퇴행적인 인사로 프로야구측과 심각한 대립 양상을 띠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