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이 중요하다. 나만 잘 하면 된다". '국민타자' 이승엽(33, 요미우리)은 '자신과의 싸움'을 강조한다. 그는 지난 1일 일본 미야자키 선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첫 훈련이 끝난 뒤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 대형 신인 오타 다이시와 메이저리그 출신 에드가르도 알폰소의 영입에 관한 물음에도 '자신과의 싸움'을 강조했다. 이승엽은 "요미우리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아 구단에서 의도적으로 스타를 키우려는 것 같다. 신인 선수가 화제에 오르는 것도 같은 의미로 받아 들인다. 알폰소에 대해 잘 모른다. 신경쓰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상대 선수의 기량이나 성적에 관계없이 자신이 납득할 만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얼마든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 2007년 10월 왼손 엄지 인대 수술을 받은 뒤 지난해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을 거둔 이승엽은 "되돌아 보기 싫은 한해"라고 말할 만큼 아쉬움이 많았다. 이승엽은 지난날의 부진을 씻어내기 위해 어느 해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러닝 훈련의 비중을 높여 스피드를 끌어 올렸고 몸쪽 승부를 보완하기 위해 간결한 스윙으로 바꿨다. 무엇보다 왼손 엄지 부상이 완쾌돼 마음의 짐을 덜어냈다. 현재로서 이승엽이 강조한 자신과의 싸움은 성공적이다. 그는 7일 프리배팅 훈련 때 팀내 타자 가운데 가장 많은 홈런(15개)을 터트렸다. 특히 선마린스타디움의 백스크린을 맞추는 대형 아치를 작렬하며 팬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뜻일까. 이승엽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미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올 시즌 내 자리가 없다는 각오로 자신의 입지를 굳히겠다"고 피력했다. 2006년 입단 첫해 스프링캠프에서 메이저리그 출신 강타자 조 딜런과의 주전 싸움에서 압승을 거두며 일본 진출 후 최고의 성적을 거둔 이승엽. 3년 전에 비해 입지가 좁아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과의 싸움 속에 피나는 노력을 쏟아붓는다면 그의 말처럼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듯 하다. 이번 전훈에서 보여준 쾌조의 컨디션을 시즌 때도 유지한다면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