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임요환(29, SK텔레콤)의 컴백과 함께 뜨겁게 2009년의 막을 열었던 e스포츠가 '괴물' 최연성(26, SK텔레콤), '천재' 이윤열(25, 위메이드), '마에스트로' 마재윤(22, CJ) '영웅' 박정석(26, 공군) 등 올드게이머들이 차례로 두각을 나타내 흥미를 돋구고 있다.
이 중 마재윤은 승자연승방승 체제로 바뀐 위너스리그 08-09시즌서 멋진 3연승을 두 차례 해내며 본좌 시절 마재윤의 재림을 알렸다. 전통의 강호로 꼽히던 CJ는 이번 시즌 중상위권 정도의 성적이 예상됐지만 2라운드 막판까지 중하위권에서 혼전을 거듭하며 뚜렷하게 치고 올라오지 못했었다.
하지만 올드게이머인 마재윤이 연거푸 승리를 따내며 활기를 되찾았다. 시즌 초 김정우 진영화 조병세 등 신예 3인방에 80% 이상 치중되는 팀 운영에서 마재윤 변형태 한상봉 등 분위기를 쇄신한 고참 선수들을 중용하면서 반전의 발판을 찾았다.
특히 마재윤의 부활은 인상적이다. e스포츠 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 하나가 마재윤이 팀리그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2004 7월 13일 e스포츠의 레알 마드리드로 불렸던 KTF를 상대로 최고의 선수들인 홍진호, 김정민, 변길섭, 조용호를 모조리 잡아낸 것은 당시로는 최대의 이변이었고, 신성의 등장이었다.
2005년 우주 MSL 우승과 2006년 프링글스 시즌 1, 2 우승, 2007년 제4회 슈퍼파이트 올킬 우승,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3 우승 등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최전성기를 구가하며 '본좌'로 등극했다.
그러나 스타리그 우승 직후 1주일 후인 2007년 3월 3일 악몽이 찾아왔다. 본인도 예상못했고, 전문가들도 예측하지 못했던 대 이변이 찾아왔다. 당시 MBC게임 소속이었던 김택용에게 0-3 참패를 당한 이후 겁잡을 수 없이 무너져내렸다. 2007년은 꾸준하게 메이저 무대 8강 진출을 이어갔으나 뚜렷한 성적은 거두지 못했다. WCG2007서도 중국 샤진춘에게 8강에서 탈락하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 2008년 프로토스 중심의 맵으로 바뀌자 하락세는 더욱 가속화되면서 2군으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하는 처지가 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연봉까지 40% 삭감되며 일류선수서 이류선수라는 평판을 받았지만 절치부심. 2008년 후반기 부터 예전 기량을 점차 회복하며 블리즈컨 2연패와 12시즌 연속 MSL 진출의 기염을 토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다.
마재윤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2경기에 출전한 위너스리그서 무려 6승을 쓸어담으며 CJ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예전 전성기 시절 자신감 넘치고 튀는 모습과 달리 지난 5일 CJ 연습실서 만난 그는 아직은 조심스러운 태도로 "아직 만족할 수 없죠. 승리를 기뻐하기도 이르고요. 이 페이스를 더욱 끌어올리겠다"고 말했지만 전과 다른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돌아온 본좌' 마재윤으로 자신의 몫을 해낼것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갑작스레 찾아왔던 슬럼프로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쉼 없었던 연습으로 점차 효력을 보고 있는 마재윤에 대해 CJ 김동우 코치는 "사실 연습할 때 기량은 문제 없었다. 다만 방송경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이제 그 벽을 넘어선 것 같다. 승부의 대한 강박 관념을 초월한 것이 눈에 보인다. 앞으로 마재윤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아다.
연단위 장기레이스로 바뀐 프로리그가 치열한 순위싸움으로 흥미를 끌고 있지만 워낙 장기레이스인 탓에 지치기 쉬운 3라운드에서 마재윤을 비롯해 올드게이머들의 부활은 CJ는 물론이고 e스포츠판에는 정말 값진 자신이 아닐까 한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