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톱스타 설경구가 한국 프로야구 강타자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에게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무슨 사연일까?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주연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해운대’ 영화 촬영에서다. 윤제균 감독의 재난 영화 '해운대'는 제목 그대로 구도 부산을 주요 무대로 삼은 만큼 부산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장면이 양념거리로 등장한다. 덩달아 롯데의 간판 타자인 이대오 등 주요 선수들과 인기 해설자 허구연씨가 카메오로 출연한 것도 당연한 일. 영화 속 주인공인 만식(설경구 분)은 아들을 데리고 롯데-기아전이 펼쳐지는 만원 관중의 사직구장을 찾는다. 신문지 응원과 부산 갈매기 합창으로 흥을 돋우고 있는 롯데 팬들. 5회말 1:2로 롯데가 뒤진 가운데 1회 삼진, 3회 1사 2,3루 득점기회에서 병살을 쳤던 4번타자 이대호가 타석에 들어선다. 허구연 해설위원의 차분한 설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대호가 친 타구는 6-4-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 흥분한 만식은 1루 덕아웃 쪽으로 다가가 이대호에게 '야이 X자슥아!' 욕설을 퍼붓기 시작한다. 영화 첫 출연인 이대호는 대사없이 표정으로만 연기했다. 설경구의 계속되는 쌍욕에 기가 차서 피식 웃으며 묵묵히 걸어가는 장면이다. 감정 연기로는 국내 최정상인 최민식의 악다구니 욕설을 감수하는 카메오 출연임에도, 이대호는 선뜻 출연에 응해서 최선을 다해줬다는 게 영화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해 8월 18일 촬영에 들아간 ‘해운대’는 5개월만인 12월 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정을마쳤다. ‘해운대’는 부산에서 국내 일정을 소화한 뒤 12월 한 달 동안을 샌프란시스코에서 CG 작업을 위한 특수 촬영으로 마무리 했다. 긴 대장정의 마지막 촬영은 2004년 동남아 쓰나미 때 인도양에 원양어선을 타고 나갔던 만식 일행(설경구 김인권 이민기)이 파도에 휩쓸리는 모습. 망망대해에 몰아친 거대한 파도와 비바람을 생생하게 구현하기 위해 제작진들은 블루스크린과 와이어를 비롯한 각종 첨단 장비를 가득 실은 수조 세트장을 제작해 촬영했다. 윤제균 감독은 “마음이 벅차 오른다”며 “고생했던 배우들을 비롯해 미국 스태프와 끝까지 함께 한 한국 스태프에게 너무 고맙다. 후반 작업에 완벽을 기해 올 여름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작품으로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