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끝에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이 한국야구위원회(KBO) 새 총재로 자리할 가능성이 사실상 확정되었다. 8개 구단 사장단으로 구성된 KBO 이사회는 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서 유 이사장을 신임 KBO 총재로 추대하기로 결정했다. 구단주 총회의 최종 승인, 문화관광부 승인 등이 남은 상태지만 구단주들의 대리격인 사장단들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변이 없는 한 유 총재 체재 출범 가능성은 굉장히 높아졌다. 이사회 간사직을 맡고 있는 신영철 SK 와이번스 대표이사는 이사회에 앞서 "유 이사장을 새 총재로 선임했음을 구단주 총회에 상정할 것"이라고 밝힌 뒤, "무보수라는 조건을 달아놓은 조건부 재추대다"라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12월 16일 전임 신상우 총재가 사퇴의사를 밝힌 이후 새 총재 인선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8개 구단 사장단의 합의 하에 추대되었던 유 이사장은 "절차를 무시했다"라는 문화 체육 관광부의 주장으로 인해 자칫 또다시 '관선 총재'의 가능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자 야구인들과 팬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그동안 정치인 출신으로 프로야구 발전에 힘을 쏟은 총재가 어디에 있었는가'라는 주장이 빗발쳤던 것. 모두들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힘을 기울이겠다는 말을 취임사에서 반복해 왔으나 야구계가 오랫동안 품어왔던 과제들을 시원하게 해결한 관선 총재는 보이지 않았다. 전임 신상우 총재의 경우 또한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서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을 제공한 것이 3년 동안 가장 혁혁한 성과다'라는 말이 있었다. 현대 유니콘스가 히어로즈로 재창단하는 과정서 엄청난 마찰이 있었으며 야구 인프라 측면에서도 커다란 성과는 보이지 않았다.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자 유 이사장은 12월 22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이튿날 이사회가 끝난 이후 "야구에 대한 애정을 갖고 야구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며 명망을 갖춘 인사 영입을 위해 좀 더 협의를 하기로 했다. 정치권 인사를 배제하는 데 대한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정치권 인사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는 팬들에게 'KBO가 또다시 어용 단체로 전락하는가'라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후 1달 여간 KBO 총재 직을 놓고 많은 이야기 만이 오가던 가운데 "체육단체장은 체육인끼리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라는 유인촌 문광부 장관의 이야기에 '비정치권 인사'를 향한 총재 인선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재추대된 유 이사장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이수빈 삼성 라이온즈 구단주 등이 물망에 올랐고 유 이사장이 총재직을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 2달 가까이의 진통이 수그러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일 프로야구 선수협의회는 '정치계 인사의 낙하산 인선은 반대하지만 유 이사장 본인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라는 논조의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장단은 "정치권 인사가 아닌 추진력과 경영 능력을 갖춘 유 이사장이 적임자"라는 판단 하에 새로운 수장으로 유 이사장을 추천했다. 유 이사장이 새롭게 한국 프로야구의 수장이 된다면 앞으로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야구 인프라 구축 및 팬들을 구장으로 모을 수 있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프로야구의 외형적인 발전을 이끄는 동시에 현장을 규합하며 내적 성장까지 일굴 수 있을 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farinelli@osen.co.kr KBO 총재 선출을 위한 이사회가 7개 구단이 참석한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렸다./윤민호 기자ymh@osen.co.kr KBO 총재 선출을 위한 이사회가 7개 구단이 참석한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렸다./윤민호 기자ymh@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