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간 불펜진은 잊어라'. 히어로즈의 마운드가 조금씩 조화를 이뤄가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히어로즈 선수단을 지휘하고 있는 김시진 감독은 지난 10일 OSEN과의 통화에서 "캠프 2주째가 되면서 조금씩 마운드에서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투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지은 뒤 이상렬(32) 신철인(32) 김영민(22) 장효훈(22) 김성현(20) 등의 투수를 열거했다. 이상렬과 신철인은 현대시절 중간 마운드를 철벽으로 만들어 놓았던 베테랑 투수들. '좌완 스페셜리스트' 이상렬은 지난 2003시즌 홀드왕 타이틀(16홀드)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2002시즌부터 2004시즌까지 두자리 홀드를 꾸준히 찍어왔다. 군복무 후 2007년 복귀했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공백기를 거쳤고 지난 시즌에도 4경기에 나서는데 불과했다. 신철인 역시 2003시즌(10홀드)과 2006시즌(17홀드) 두자리수 홀드를 올렸다. 하지만 허리 수술을 받고 2007시즌을 통째로 쉬었던 탓에 지난 시즌에는 13경기 출장에 그쳤다. 그나마 2홀드에 3.60의 방어율로 가능성을 보였다. 이 두 투수의 부활 조짐은 곧 히어로즈 중간 계투진의 중심이 잡힌다는 뜻이다. 또 각각 좌완과 우완 투수라는 드러나는 장점도 있지만 젊은 투수들을 앞에서 이끌어줘야 하는 베테랑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여기에 각각 4, 3, 2년차를 맞는 김영민, 장효훈, 김성현 등 '영건 유망주들의 성장'은 더욱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 2007시즌 입단 2년만에 1군 무대에 올랐던 2006년 2차 2순위 김영민은 작년 11경기에서 23이닝을 소화하며 1승 2패 7.04로 부진했다. 그러나 제구력이 안정되고 경험만 더 쌓는다면 좋은 기량을 펼칠 것이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밸런스가 좋아지면서 제 공을 뿌리기 시작했다. 지난 2007년 2차 1순위로 지명된 장효훈은 최고 직구 구속이 151km에 달하는 '파이어볼러형' 우완정통파 투수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 해 3경기에서 10.50의 방어율을 기록한 뒤 지난 시즌에는 2군에 머물렀다. 올해는 김 감독이 이례적으로 칭찬을 거듭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해 2차 1순위 신인 김성현은 시범경기 때만 해도 각 팀 감독들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들었다. 최고 구속이 152km를 찍을 정도이며 볼 끝의 움직임도 좋다는 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부상과 경험 미숙으로 지난 시즌 22경기에서 4패 1세이브 4.03의 방어율에 그쳤다. 테이크백 동작을 수정한 것이 전체적인 밸런스와 공 끝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이들의 성장은 롱릴리프를 책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김 감독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있다. 더구나 3명 모두 차세대 선발감이라는 점에서 히어로즈 미래를 더욱 밝게 하고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작년 히어로즈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단연 뒷심이었다.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이 필요할 때 터지지 않았고 마운드는 후반들어 다 잡은 승리를 빈번하게 날려버렸다. 이에 김시진 감독은 스토브리그를 통해 우선 두 명의 용병을 모두 타자로 채워 타선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 한화에서 뛰며 바람을 일으켰던 덕 클락(33)과 클리프 브룸바(35)를 영입한 것도 정성훈마저 빠져 나간 공백이 워낙 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히어로즈의 약점은 중간 불펜진이었다. 다 이겨놓은 경기를 불펜진들이 날려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전지훈련 부족과 잔부상이 원인이었다. 이는 오히려 선발진과 타자들에게 부담을 안겼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선발진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장원삼, 마일영이라는 확실한 좌완 원투 펀치를 보유했고 이현승, 오재영, 김수경 등 자원이 넘쳤다. 그러나 중간에서 길게 갈 롱릴리프와 좌완 스페셜 요원이 없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하지만 신구가 조화를 이룬 이들 5명의 부활은 곧 히어로즈 마운드의 허리를 더욱 강하게 할 뿐 아니라 스프링캠프의 경쟁력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letmeout@osen.co.kr 이상렬-김성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