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성'의 박종호, LG를 바꿀 것인가
OSEN 기자
발행 2009.02.11 08: 30

외부의 야구인들이 LG 트윈스 선수단에 건네는 가장 많은 이야기 중 하나는 '근성 결여'였다. 승패의 향방이 안 좋은 쪽으로 일찍 기울었을 때 LG는 선수들의 낯빛에서 일찍 '수건을 던지는 듯'한 모습이 나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LG 출신의 타 구단 코치는 과거 해태와 현대의 예를 들며 위계 질서 확립의 필요성과 근성 결여를 꼬집었다. 그는 "해태에 몸담았던 적도 있었는데 해태의 경우는 선수단 시설이 열악한 데 반비례해 선수들의 위계질서나 근성이 굉장히 좋았다. 지난 2007년 11월 대만에서 열린 야구 월드컵서도 나이가 많은 축이던 황두성이나 송신영이 선수단의 응집력을 모으는 역할을 해냈다"라며 말을 이어갔다. "해태나 현대에 반해 LG는 위계 질서 면에서 다소 약하지 않았나 싶다. 코칭스태프가 건드리지 못하거나 미처 알지 못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경험 많은 베테랑이 가끔씩 쓴소리도 건네며 젊은 선수를 다잡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근성있는 베테랑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LG가 박종호를 영입한 것은 현장의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지난 1992년 LG에 입단해 '스위치 타자 1기'로 각광을 받으며 1994년 LG의 한국 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박종호는 선수 생활이 끝났다는 평가 속에 1998시즌 도중 현대로 이적했으나 다수의 예상을 뒤엎고 국내 최고의 2루수로 명성을 떨친, 야구계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지난해 7월 삼성서 웨이버 공시되며 은퇴 위기에까지 몰렸던 박종호는 '무적' 신세이던 4개월 여 간 개인 훈련에 땀을 쏟은 뒤 11월 친정팀 LG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지난해 11월 30일 잠실구장에서 있었던 '러브 페스티발'을 통해 팬들에게 공식적인 인사를 치른 박종호는 덕아웃서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날씨가 쌀쌀한데도 정말 많은 팬들께서 잠실 야구장을 찾아 주셨습니다. 10년 간 다른 팀에서 야구를 해왔습니다만 이 줄무늬 유니폼과 수 많은 팬들의 성원 또한 그리웠지요. 다시 LG로 돌아왔다는 데에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박종호가 다른 LG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점은 한 둘이 아니다. 비록 만 36세라는 많은 나이로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을 받는 동시에 무릎 부상 전력으로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받는 박종호지만 그가 야구장 안팎에서 보여주는 성실성과 검소함은 높은 점수를 주기에 충분하다. 박종호는 연일 맹활약에 따라 연봉이 대폭 인상되는 가운데서도 자신의 외양을 치장하기보다 검소한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더욱 많은 훈련량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었다. 그의 성실함은 지난해 12월 잠실 구장에서의 자율 훈련서도 확실하게 나타났다. 2008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으로 LG 유니폼을 입게 된 3루수 정성훈은 배팅 훈련 도중 이렇게 이야기했다. "평소에 훈련을 게을리한 것은 아니지만 이 시기에 배트를 잡고 맹훈련을 한 적은 없던 것 같습니다. FA 이적 첫 해인 만큼 징크스를 깨기 위해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합니다만 (박)종호 형이 워낙 열심히 하셔서 더욱 자극이 됩니다" 현재 사이판 전지훈련지에서 검게 그을린 얼굴로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박종호는 이미 선수들의 본보기로 자리잡고 있다. LG의 한 구단 관계자는 "워낙 열심히 하는 선수라 기량 외적인 측면에서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무릎 부상 전력으로 2루 수비를 완벽히 소화해 낼 수 있을 지도 걱정이 되었는데 수비력도 나쁘지 않다"라며 박종호에 대해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웠다. 특히 박종호는 지난 8일 사이판 전지훈련서 처음으로 가진 청백전에 출장해, 2루타 1개 포함 3타수 2안타로 매서운 방망이를 과시했다. 전훈 출발 전 "날씨 때문에 수비 훈련이 조금 부족했을 뿐 타격은 상당 부분 올라온 것 같다. 기대해 달라"라며 웃어보인 그는 자신의 계획에 알맞게 차근차근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야구는 '멘탈 게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스포츠다. 순간의 집중력과 투지의 유무가 파생하는 결과에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기에 정신력이 차지하는 비율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근성의 사나이'로 대표되는 박종호가 LG 선수단에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불어넣을 수 있을 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farinelli@osen.co.kr LG 트윈스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