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실험’이 될 것인가, 아니면‘위험한 모험’인가. LG 트윈스 구단이 올해부터 잠실구장 홈경기에 한해 외야펜스를 앞당겨 이동이 가능한 조립식(착탈식) 펜스를 설치키로함에 따라 팬들이 예년보다 훨씬 많은 홈런 풍년을 구경할 수 있게 됐다. 펜스거리가 짧아지는 것은 LG 구단 뿐만 아니라 ‘한 지붕 두 가족’인 두산 베어스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도 같은 환경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팬들이 자연스레 장타력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구장 가운데 중앙펜스 거리가 125m를 넘는 구장은 단 한 곳도 없고 평균거리는 121.3m로 조사 됐다. 미국 메이저리그 구장은 물론 중앙펜스가 125m를 넘는 곳이 여럿 있다. 특히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홈구장인 미닛메이드파크는 중앙이 132.6m나 되지만 좌우 거리는 96/ 99.4m로 짧다. 따라서 LG가 일본에서도 보기 어려운 큰 구장을 ‘개성’에 맞게 조절한다는 뜻도 포함 돼 있다. LG 구단이 두산과의 마찰을 무릅쓰고 펜스거리 조절을 강행한 것은 ‘착탈식 안전펜스’라는 해법을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LG와 두산은 지난 2007년부터 잠실구장 외야펜스 거리 축소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LG 구단의 줄이자는 요청에 대해 ‘넓은 구장에서 야구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박용곤 그룹 명예회장의 뜻에 따른 두산 구단이 매년 거부해 성사되지 못했다. 그래서 LG 구단이 고심 끝에 찾아낸 것이 이동, 조립식 펜스였다. LG 구단이 이처럼 펜스 거리를 좁히기로 한 것은 타 구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타자가 적은 전력 구성을 감안한 것도 한가지 요인이다. 또한 온갖 정성을 다 기울여 바닥으로 추락한 성적을 어떻게 하든 끌어올려보겠다는 의지도 숨어 있다. 이와 관련, 김재박(55) LG 감독은 “타자들의 타구가 펜스 바로 앞에서 번번이 잡히는 바람에 타격 밸런스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단순히 홈런을 한두 개 더 늘리자는 것보다 타자들이 홈 구장의 잇점을 살려 타격 자신감을 찾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단점은 LG 구단은 펜스거리 단축이 팀 컬러에 걸맞게 구장도 조절해야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원정팀이 장타력 보유한 구단일 경우 LG가 오히려 손해볼 수 있는 상황도 생기겠지만, 설사 불리하더라도 팬 서비스를 위한 ‘변화’에 촛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LG 구단은 홈경기 때 팬들에게 화끈한 공격적인 야구를 제공하고 쉬운 3루타 허용이 줄어 듦에 따라 3루에서의 극적인 장면 연출을 통한 박진감 넘치는 승부의 재미를 높일 수 있고 LG 구단 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에도 공격야구를 자연스레 유도하게 돼 그만큼 팬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게 되며 프로야구의 공격 부분에서 전반적인 기록 향상이 가능한 것 등을 기대 효과로 들었다. 특히 타자들이 홈런성 타구가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힌다는 압박감에 벗어나 풀스윙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멘탈 운동’인 야구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는 게 LG 구단의 판단이다. 장타력의 상징인 연도별 홈런과 장타율 부분을 살펴보면 1995년 김상호와 1998년 외국인 선수 타이론 우즈(이상 OB 베어스)가 홈런왕에 올랐을 뿐 지난 10년 동안 LG와 두산 두 구단에서 단 한명의 홈런, 장타율 1위 선수를 배출해내지 못했다.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이는 거의 전적으로 구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라는 게 LG 구단의 분석이다. 참고로, 2008시즌 구단별 총홈런수를 보면, 한화 이글스가 120개로 가장 많았고 KIA가 48개로 가장 적었다. LG와 두산의 홈런수는 66, 68개로 7위와 6위였다. 반면, 타자들의 공격력에 역비례해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LG 구단이 이동식 펜스에 끌린 것은 무엇보다 조립과 설치, 해체 과정이 간편하다는 점이다. 홈 경기 때만 시용하는 관계로 연간 15~16차례정도 해체와 설치 작업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동식 펜스의 기본 재질은 기존 펜스와 같은 것이어 부상 우려는 없다고 한다. 문제점은 없는가 LG는 이동식 펜스 설치와 관련, KBO에 문의한 결과 규약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KBO 규약에는 ‘1991년 이후 경기장을 개조할 때는 좌/우 거리가 91m, 중앙이 105m 이하로 해서는 안된다’고 돼 있다. 잠실구장 외야는 수비수들을 위해 펜스 앞에 5m 가량 일정한 간격으로 잔디 끝 부분에 맨땅으로 된‘워닝트랙’이 있다. LG 구단이 이동식 펜스를 설치하면 이 워닝트랙이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된다. LG 구단은 이에 따라 회칠로 워닝트랙을 구분해 외야수들이 분별할 수 있도록 할 작정이다. LG 구단은 두산구단에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밟았다. 만약 지방구단과 홈경기 후 잇달아 두산과 맞대결을 할 경우 두산측의 입맛에 맞춰 기존 구장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생각이다. 즉, LG와 두산의 홈구장 맞대결 때는 원형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chuam@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