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햄릿-슬픈 광대의 이야기’ ‘햄릿’, 너무 유명해서 어려운 이름이다. 셰익스피어 원작의 고전이면서 이미 상식이 되어버린 작품이다. 원작을 살린 정통 ‘햄릿’이든, 새롭게 해석된 ‘햄릿’이든, 셰익스피어의 거대 원작이 가진 힘은 장르를 막론하고 오랜 시간 유전자처럼 관객들의 가슴 속에 흐르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작품 안에 너무도 많은 생각이 담겨있다. 관객은 정극 ‘햄릿’의 작품에 담긴 많은 생각들을 캐릭터에 맞춰 보고, 다양한 해석들을 쏟아낸다. ‘햄릿’이라는 캐릭터는 차갑고 날카로운 인물이기도 하지만 부드럽고 로맨틱한 면모도 갖췄고 때로는 혼돈에 가득 찬 혼란스런 인물로 묘사되기도 한다. 무대가 어떻게 전개되든 ‘햄릿’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는 셰익스피어의 기본 스토리에 연출자가 의도하는 색깔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다양하게 변신한다. ‘햄릿-슬픈 광대의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원작에 어릿광대 요릭을 등장시켜 어른 ‘햄릿’과 어린 ‘햄릿’의 이야기를 중첩시켰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기존 ‘햄릿’과 달리‘광대’의 등장으로 새롭게 스토리를 구성했다. 원작 속 ‘햄릿’은 죽은 아버지의 끔찍한 사건을 확인하려 ‘곤자고의 암살’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햄릿-슬픈 광대의 이야기’는 이러한 원작의 내용을 어른 ‘햄릿’을 통해 무대 위에 펼쳐놓는다. 삼촌 클로디어스 왕을 조카가 독살하고 왕위와 부인까지 차지한다는 내용의 연극은 삼촌 클로디어스 왕을 기겁하게 한다. 자신이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취한 만행과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다. ‘햄릿’의 원작과 다를 바 없는 어른 ‘햄릿’의 이야기는 어린 ‘햄릿’의 이야기와 겹쳐져 액자식 구성으로 전개된다. 이 작품은 어린 ‘햄릿’이 광대 요릭에게 연극을 배우며 ‘곤자고의 암살’을 연기한다는 것을 추가했다. 어릴 때 요릭에게 배웠던 비극적인 연기는 어른 ‘햄릿’이 되면서 실제 삶이 투영 돼 비극을 더했던 것이다. 비극 연기에 힘겨워하는 어린 ‘햄릿’은 광대 요릭의 진실어린 가르침으로 자신의 비극적인 인생에 가까워진다. 이 연극은 광대 요릭을 통해 정극 ‘햄릿’에 새로운 형식을 시도했다. 관객들은 ‘슬픈 광대의 이야기’라는 부제에 광대의 비중이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광대'가 의미하는 캐릭터적인 색깔은 없었다. 게다가 등장하는 비중도 생각만큼 크지 않다. 일반적으로 '광대'는 연극무대에서 커다란 의미를 전달하기 마련이다. 시대를 풍자하거나 비판하는 데에 광대만한 탁월한 요소는 없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에 ‘광대’라는 단어가 부제로 달리기에 과연 적합했는지 질문을 던질 만하다. 부제와는 달리 정극 ‘햄릿’과 다를 바 없었던 이번 공연은 어색한 설정으로 인한 부자연스러움이 많이 드러냈다. “비극배우가 되겠다”던 어린 ‘햄릿’은 공연을 마치고 “유쾌한 희극만 하겠다”며 광대 요릭의 등에 업혀 울먹인다. 이 장면에서 어린 ‘햄릿’의 비극적인 인생과 중첩돼 가슴이 뭉클해야 하는 것인데 관객들은 그렇지 못하다. 메시지를 담지 못한 ‘광대’의 존재감 없는 설정과 정극 ‘햄릿’의 캐릭터를 소화하지 못한 이번 무대에서 어린 ‘햄릿’의 비극적인 결말은 소통하기가 쉽지 않았다. jin@osen.co.kr 연극‘햄릿-슬픈 광대의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