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국의 사이판에서 전지훈련에 한창인 LG 트윈스의 우완 강속구 투수 이재영(30)은 지난 11일 자체 평가전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해 웃음을 주었다. 이재영은 “정성훈은 예전부터 내볼을 어떻게든 쳐서 안타를 만든다. 정말 지긋지긋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날 평가전서 정성훈은 이재영을 상대로 배트를 한 손으로 던지면서 갖다 맞히는 타격으로 행운의 우전안타를 날렸다. 신기에 가까운 타격이었다. 이재영은 이날 2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구속은 시속 145km. 정성훈의 안타는 차안에서 회상한 이재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만한 타격이었다. 정성훈의 놀라운 타격에 질린 이재영은 옆에 있던 이진영에게도 한마디를 했다. 이재영은 “진영이도 마찬가지였다. SK와 경기할 때 진영이가 가장 나를 괴롭힌 타자였다”고 하자 이진영도 “번트를 대든 어떻게든 살아나가려고 했다”며 이재영과 편안하게 상대했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이재영은 어머니의 말을 소개하며 좌중을 한바탕 웃게 했다. 이재영의 어머니는 이진영과 정성훈이 스토브리그서 LG와 FA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에 이재영에게 “정말 다행이다. 너의 천적들이 한 팀에서 뛰게 됐다”며 반가워했다고 한다. ‘두 천적 타자들’이 한솥밥을 먹는 동료가 됐으니 이재영에게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행운이 된 셈이다. 천적 타자도 없어지고 그들이 자신이 등판할 때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니 ‘도랑치고 가재잡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게 됐다. 반면 정성훈은 "내 밥이었는데..."라며 입맛을 다셨다. 요즘 이재영은 두 천적 타자들의 합류 외에도 기분 좋은 일이 있다. 팀에서는 유력한 마무리 후보로 평가받고 있고 지난 시즌 종료 후 참가한 일본 주니치 교육리그에서 배운 포크볼이 점차 손에 익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속 140km 후반대의 묵직한 강속구를 가지고 있음에도 단조로운 변화구와 기복있는 투구로 안정감이 부족했으나 올 시즌은 포크볼을 장착하며 불펜에서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 시즌 중반 두산에서 LG로 둥지를 옮긴 이재영은 올 시즌을 본격적인 ‘LG맨’으로 거듭날 시점으로 여기고 칼을 갈고 있다. sun@osen.co.kr 사이판에서 전훈에 한창인 이재영(왼쪽)이 팀동료 봉중근과 달리기로 체력을 쌓고 있다. /LG 트윈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