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초연된 연희단 거리패의 ‘하녀들’(연출 이윤택)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프랑스 작가 장 주네의 대표작으로 하녀인 두 자매가 7년간 모신 여주인을 살해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고압적인 마담을 모시고 사는 솔랑주와 클레르는 마담이 집을 비운 동안 마담을 모살하는 연극을 한다. 이들은 마담의 연극을 하면서 거만한 행동을 흉내 내고, 쌓여있던 불만들을 쏟아낸다. 연극은 극중극 형식의 ‘연극놀이’를 통해 솔랑주와 끌레르가 지니고 있는 캐릭터를 펼쳐 보인다. 두 하녀는 마담이 나타나면 온갖 치욕을 감내하며 굽실거린다. 하지만 언니 솔랑주는 마담을 희롱할 줄 아는 지적인 면모도 지니고 있는 동시에 마담을 살인하는 놀이를 주도하기도 한다. 동생 끌레르는 맑고 투명한 연기로 악마적인 언니 솔랑주와 겹쳐지는 이중성을 드러낸다.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겪은 장 주네의 ‘하녀들’은 부조리한 삶을 비현실적인 연극 상황으로 묘사한다. 작가의 부조리한 삶을 비현실적인 연극의 상황으로 묘사함으로써 연극 속에 연극, 연극의 ‘놀이성’과 ‘연극성’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 이 두 하녀는 놀이를 통해 마담이 되고 싶은 욕구를 분출하는 동시에 마담을 증오하고 살인하려는 욕망을 드러내며 마담을 모살하는 연극 속에서 해방감을 느낀다. 복잡 미묘한 두 하녀들의 부조리한 삶의 비현실적인 연극은 매력적인 연기를 통해 무대 위에 올려진다. 두 여배우의 연기가 돋보이는 연극 ‘하녀들’(연출 이윤택)은 3월 8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공연된다. jin@osen.co.kr 연극 ‘하녀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