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렌트(RENT)’ 1996년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큰 인기를 얻었던 ‘렌트(RENT)’가 국내에서 6번째 막을 올렸다. 에이즈, 동성애, 트랜스젠더, 마약 등 어두운 사회 속, 어두운 소재들로 화려한 뮤지컬을 올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6번째 ‘렌트’의 무대는 박칼린 음악감독의 음색이 돋보이는 뮤지컬 넘버와 오랜 ‘렌트’의 연출가 김재성의 안정적인 지휘아래 변함없는 감동을 전했다. ‘렌트’는 기약 없이 에이즈로 죽어가는 젊은 예술가들을 소재로 어두운 현실 속에 한줄기 꿈과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죽기 전에 명곡을 남기고 싶어 하는 로커 로저와 마약에 중독된 댄서 미미, 거리의 드러머이자 트랜스젠더인 엔젤과 에이즈에 걸린 컴퓨터 천재 콜린 등 개성 있는 캐릭터와 이들이 보여주는 희망과 사랑의 감동은 관객들에게 찡한 감동을 안겼다. 2000년 로저 역의 남경주와 미미 역의 최정원을 시작으로 조승우 전수경 주원성 소냐 정선아 성기윤 등 당대 최고의 뮤지컬 스타들이 거쳐간 뮤지컬 ‘렌트’는 2009년 새로운 신인 배우 오디션을 준비하며 신예발굴과 동시에 진보하는 ‘렌트’를 기대케 했다. 7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오디션이 진행됐고 그렇게 선발된 신인 배우들은 공연 개막부터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2009년 ‘렌트’의 신인들은 아직은 무대가 낯선 모양이다. 캐릭터의 개성을 드러내지 못했고 앙상블에서는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로커 로저 역을 맡은 유승현은 높은 음역을 소화해내기 어려웠고 죽음과 사랑 앞에 나약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고통 속에 표현하지 못했다. 뮤지컬 배우 고명석과 함께 미미 역에 더블캐스팅 된 조민아는 파워풀하고 열정적인 섹시한 미미를 연기했지만 음역의 높낮이를 조절하지 못하고 불안정해 아쉬움을 남겼다. 다행스럽게도 콜린 역을 연기한 최재림과 엔젤 역의 이지송의 동성애자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다. ‘렌트’의 무대에서 호평 받은 최재림은 신인답지 않은 굵직한 목소리로 이지송의 목소리와 제법 잘 어울리는 무대를 만들어 냈다. 덕분에 이들의 동성애는 거부감 없이 표현될 수 있었다. 최재림은 뮤지컬 무대가 처음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자유자재로 목소리 톤을 조절하며 안정적인 노래를 구사했다. 뮤지컬배우들의 스타가 되기 위한 발판이 되기도 했던 흥행뮤지컬 ‘렌트’는 탄탄한 스토리에 안정적인 음악과 안무, 연출의 삼박자를 모두 갖춘 작품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신인배우들의 어쩔 수 없는 한계 앞에서는 다소의 주춤거림이 예상된다. jin@osen.co.kr 뮤지컬 ‘렌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