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병규, '제2의 캐논히터'가 될 것인가
OSEN 기자
발행 2009.02.14 08: 21

'작은 이병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사이판서 전지훈련을 치르고 있는 LG 트윈스가 신고 선수 출신 좌타자 이병규(26)의 활약에 연일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경북고-한양대를 거쳐 2006년 LG에 신고 선수로 입단한 이병규는 지난 8일 팀의 첫 자체 평가전서 비거리 130m 짜리 투런을 포함, 2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팀 내 타자들 중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냈다. 13일 연습 경기서도 그는 2루타 포함 3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매서운 배트 스피드를 자랑했다. 178cm로 운동 선수치고 다소 체구가 작은 편인 이병규의 배트 스피드는 과거 LG의 캐논 히터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김재현(34. SK)을 연상케 했다. 2003년 아쉬움 속에 LG를 떠나며 팬들의 눈시울을 붉게 했던 김재현 또한 거대한 체구로 커다란 포물선을 그려내기 보다는 탁월한 배트 스피드를 바탕으로 호쾌한 타격을 선보이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SK 이적 후에도 중요한 순간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한국시리즈 2연패에 보탬이 되었다. 지난해 10월 진주 마무리 훈련부터 박병호(23)와 함께 특별히 '골프 스윙'을 지시하기도 했던 김용달 타격코치는 이병규에 대해 "배트 스피드는 팀 내 최고다. 지난해 타격왕(3할5푼7리) 김현수(21. 두산)가 공을 갖다 맞추는 컨택 능력이 뛰어나다면 이병규는 공을 때려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라고 이야기했다. 김 코치의 이야기는 타구에 힘을 싣는 측면에서 이병규에게 더욱 점수를 줄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지난해 9월 이후 로베르토 페타지니(38)가 중도 귀국한 이후 자주 출장 기회를 잡았던 이병규는 1군서 33경기에 출장해 2할3푼1리 1홈런 9타점을 기록했다. 그다지 좋은 성적은 아니었으나 잘 맞은 공이 야수 정면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고 외야 좌중간을 가르는 매서운 타구를 만들어내며 경기 내용 면에서 더 좋은 점수를 얻었다. 평소 많은 이야기를 하기보다 경상도 사나이처럼 무뚝뚝하면서도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던 이병규는 "올해 반드시 1군서 살아남겠다. 내 목표는 페타지니를 뛰어넘는 것"이라며 2009시즌을 앞둔 각오를 당당히 이야기했다. 신고 선수 입단, 무릎 인대 파열 후 수술-재활이라는 어려운 길을 걸어온 만큼 1군 출장 기회를 반드시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신일고 시절부터 스타 플레이어로 각광받았던 김재현과 한양대 시절 국가 대표팀(2005년 아시아 야구 선수권)에 이름을 올렸을 뿐인 이병규에게서 공통 분모를 찾기는 힘들다. 그러나 다소 작은 체구에도 빠른 배트 스피드를 바탕으로 타석에서 승부 근성을 불태운다는 점은 분명 눈여겨 볼 만 하다. 김재현이 SK로 이적한 이후 LG 팬들은 김재현에 대한 그리움과 탄식을 뱉는 날이 많았다. 엄청난 경쟁 체제 속에서 훈련에 몰두하고 있는 이병규가 2009시즌 잠재력을 떨치며 '또 다른 캐논 히터'로 기억될 수 있을 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