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박정자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소극장에서 새롭게 시도된 크로스오버 공연 ‘박정자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한마디로 클래식과 연극의 여유로운 만남이었다. 프랑수아즈 사강(1935~2004)의 소설 속 ‘사랑과 인생’을 소재로 19세기 음악가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연극배우 박정자, 소설가 사강의 인생을 풀어내는 시간이었다. 프랑소와즈 사강의 소설을 근간으로 한 영화 ‘굿바이 어겐(Goodbye Agin)’의 흑백 영상물과 박정자의 내레이션에 따라 브람스의 곡이 연주됐다. 소설을 중심으로 영화와 클래식이 하나의 드라마로 연결되는 아늑하고 따뜻한 새로운 형태의 무대였다. 연극배우 박정자가 “오랜 연극무대에 서온 연기 인생에 있어 새로운 시도”라며 이 작품에 의미를 담아 소개한 바 있다. 이 작품은 장르를 복합한 크로스오버 공연물의 하나로 좁은 소극장에서 대중과의 밀접한 만남과 새로운 장르의 복합적인 드라마를 무대에 올린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온다. 오랜 연극인생을 걸어온 박정자가 관객과 대화를 시도하는 내레이션의 대본은 열정적이던 브람스의 삶과 파란만장한 사강의 요란스런 삶의 이야기가 어우러졌다. 딱딱하고 단순한 소설의 텍스트가 아닌 우리네 삶의 이야기로 풀어나갔다. 게다가 흑백영상으로 흐른 영화 ‘굿바이 어겐’은 ‘사랑’이라는 공통의 소재로 브람스의 음악과 함께 무대의 깊이를 더했다. 예술복합장르의 첫 선을 보인 이번 공연의 핵심은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연결과 브람스의 깊이있는 음악에 있다. 박정자의 차분한 내레이션과 흑백의 영상물 등 무대를 전개하는 작은 요소들은 사강의 드라마와 ‘사랑’이라는 소재가 이끌어 나간다. 그러나 극을 구성하는 핵심은 브람스 음악이 얼마나 관객에게 감동을 주느냐가 관건이다. 실지로 연출가 우현주는 “브람스의 음악을 개인적인 ‘기억’으로 만드는 여정”이라고 작품의 연출의도를 소개했다. 얼마나 브람스의 음악을 관객의 ‘기억’ 속에 남길 수 있느냐, 관객이 브람스를 ‘추억’할 수 있게 만드느냐가 새롭게 시도된 이번 작품의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싶다. 이 점에서 이번 공연은 클래식 음악의 핵심이 약하게 부각된 것이 아쉬움을 남긴다. 브람스의 음악적 요소가 작게 표현되다보니 관객은 브람스의 음악을 '기억'하기보다는 사강의 '박정자'를 '추억'하게 된다. 무대는 19세기 독일 고전파음악의 거장 요하네스 브람스의 음악을 10곡 선보였다. 그 중 바이올린 연주 2곡과 소프라노가 부르는 가곡 2곡, 배우 박정자가 직접 부르는 교향곡으로 라이브 5곡이 선보였다. 나머지 5곡은 MR로 들려준다.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에서도 마지막 박정자가 부른 '페드라의 노래'가 기억된다. 샹송가수 제인버킨스가 부른 샹송으로 박정자가 재해석한 곡이었다. 아무리 소극장의 한계가 있다고 해도 클래식이라는 고전음악을 다루기 위해서는 적은 인원으로 연주되는 기악합주곡, 실내악이 조성됐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다양한 장르가 섞이면서도 ‘어떻게 장르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가’ ‘어떻게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가’는 서로 다른 장르가 만나는 크로스오버 무대의 고질적인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번 공연은 브람스의 음악이 부각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 오랜, 연극배우 박정자와 사강의 이미지가 돋보이는 무대였다. jin@osen.co.kr 박정자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