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키를 반드시 잡아내고 싶다". 오는 3월 열리는 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전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은 '무서운 괴물' 김광현(21, SK)이 일본의 간판타자 아오키 노리치카(27, 야쿠르트)를 라이벌로 꼽았다. 김광현은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 호텔 2층에서 열린 대표팀 소집 기자회견에서 "지난 8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감격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다"는 포부에 이어 상대하고 싶은 타자에 대해 "아오키가 내 볼을 잘치는 것 같다. 이번에는 꼭 잡고 싶다"는 단호한 각오를 밝혔다. "소속팀(SK) 전지훈련 도중 일본 방송과 인터뷰를 했다"는 김광현은 "스즈키 이치로(36, 시애틀 매리너스)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 스즈키가 일본에서는 흔한 성이라고 들었다. 나도 한국에서 흔한 김씨라 흔한 선수들끼리 대결에서 꼭 이기고 싶다"고 표현했다. 언론의 비중은 여전히 '천재타자'이자 일본의 핵심타자인 이치로였지만 김광현에게는 와닿지 않는 말이었다. 김광현의 말처럼 그저 '스즈키'라는 성을 가진 선수와의 대결로 치부될 수 있다. 오히려 김광현에게는 이치로와의 대결보다 아오키와의 대결이 앞으로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광현이 아오키와의 대결을 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기도 하다. 김광현에게 있어 아오키는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지난 2007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 '슈퍼루키'로 일찌감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김광현이었다. 하지만 야쿠르트와의 연습경기에서 아오키에게 스리런포를 허용했다. 프로 데뷔전이나 마찬가지였던 첫 실전 피칭에서 4이닝 2피안타 3실점이라는 쓰디쓴 경험을 안겨준 타자다. 게다가 지난해 8월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아오키에게 3개의 안타를 내줬다. 적시타까지 포함돼 있다. 3개의 삼진을 빼앗긴 했다. 하지만 "내가 워낙 승부욕이 강해서 일단 마운드에 오르면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한다"는 김광현의 말처럼 당한 것만 담아 두고 있을 뿐이다. 이는 곧 야구팬들로 하여금 '한국투수 김광현 대 일본타자 아오키'라는 맞대결을 고대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2회 대회에 관심이 쏠리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지난 1회 대회에서의 가장 큰 볼거리는 박찬호(36, 필라델피아)와 이치로의 맞대결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양국의 간판 투수와 타자였던 만큼 WBC 한일전의 또 하나의 관심사였다. 정작 박찬호와 이치로에게는 무너뜨려야 할 '상대팀 타자'와 '상대팀 투수'였지만 라이벌이라는 세트 속에 묶여 흥미를 모았다. 하지만 이미 박찬호는 이번 WBC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다. 이치로는 이번에도 일본의 중심이지만 사실상 선수로서 일장기를 달고 나서는 마지막 대회일 가능성이 높다. 양국의 출전자 명단을 봐도 '세대교체'가 가장 큰 이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다. 따라서 라이벌 구도도 새롭게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투수 2관왕에 오르며 정규 시즌 MVP와 골든글러브를 휩쓴 리그를 비롯해 베이징올림픽에서 '일본 킬러'로 자리잡은 김광현. 2004년 데뷔해 2005년 신인왕, 두 번의 수위타자(2005년, 2007년)와 최다안타(2005년, 2006년), 도루왕(2006년), 골든글러브 3번, 베스트나인 4번에 4년 연속 3할 타율(5년 통산 타율 0.337)로 일본대표팀에서는 확실한 1번 혹은 3번 타자감으로 각광받는 아오키. 둘의 기량이 지속될 경우 앞으로 10년 가까이 한일 투타 라이벌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letmeout@osen.co.kr 김광현-아오키 노리치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