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편히 훈련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밤 수화기 너머 들리는 배영수(28, 삼성)의 목소리는 힘이 넘쳤다. 삼성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배영수는 지난해 팔꿈치 수술 후유증에 시달리며 9승 8패(방어율 4.55)에 그쳤다. 특히 150km 안팎의 강속구는 140km 초반으로 떨어지며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연봉도 지난해 3억 원에서 10% 삭감된 2억 7000만 원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야구 뿐' 일본 오키나와 전훈에 참가중인 배영수는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선수들의 전훈 필수품이나 다름없는 노트북도 집에 두고 왔다. 해외로밍 서비스 신청은 커녕 그의 휴대폰은 보름 넘게 꺼져 있다. 오로지 훈련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나는 대목. 배영수는 이번 전훈을 통해 잃어버린 볼스피드를 되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체력을 보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떨어진 볼스피드를 되찾는게 관건이다. 단거리 러닝을 위주로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마쓰 고지 삼성 트레이닝 코치는 배영수의 부활을 위해 전담 마크에 나섰다. 하나마쓰 코치는 그가 훈련할때마다 유심히 지켜보며 컨디션을 점검한다. '서두르지 않고 훈련 스케줄 소화할 것' 괌 전훈에 참가하지 못해 다른 투수들보다 페이스는 늦은 편이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배영수는 "다른 투수들에 비해 보름 정도 늦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마음 편히 운동에 몰두하고 있으니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도 "(배)영수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다"고 에이스에 대한 신뢰감을 표시했다. '신(新) 에이스' 윤성환(28)의 선전 속에 경쟁의식을 느끼지 않냐는 물음에 배영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윤성환은 지난해 선발 전향 후 데뷔 첫 10승 고지를 밟았다. 이번 전훈에서 팀내 투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구위를 자랑하고 있다. 그는 "절대 그렇지 않다. 성환이가 잘 던지면 그만큼 팀에 도움되지 않냐. 경쟁의식은 없다"고 대답했다. '에이스의 부활을 기대하라' 삼성이 한국시리즈 정상을 탈환하기 위해 배영수의 부활은 선택이 아닌 필수. 선동렬 감독은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뒤 적어도 2년은 지나야 정상 구위를 회복할 수 있다"고 배영수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의 어깨에 팀 운명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팔꿈치 통증 속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배영수는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처럼 수술 후유증을 계기로 많은 것을 깨달았다. 배영수는 "지금의 노력에 따라 내 인생이 좌우된다"며 "살아 있는 공을 던지고 싶다"고 강조한다. 올 시즌 1군 마운드에서 상대 타자를 제압한 뒤 주먹을 불끈 쥐는 배영수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what@osen.co.kr 삼성 라이온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