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 '어느 날 문득, 네 개의 문' 2005년, 혼자 살던 어린 아이가 키우던 개에게 물려죽은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됐었다. 뉴스를 통해 사건을 접하게 된 많은 사람들은 아이의 죽음을 놀라워하며 가슴아파했던 기억이 난다. 어쩌다 아이가 그렇게 됐을까. 아이의 부모는 뭘 하고 있었는가. 이 사회는 왜 아이를 보호하지 못했는가. 사건은 사회에 고립되어 방치된 한 개인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젊은 연출가 동이향은 사회적 이슈가 됐던 이 사건을 자신의 첫 연출 작품의 소재로 선택했다. '어느 날 문득, 네 개의 문'이라는 동이향의 첫 연출작품은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비극적인 사건이 이 사회에 고립된 개인을 방치한 데서 시작됐음을 이야기 한다. 연극은 사회 구성원인 인간의 단절과 소통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네 개의 문'을 제시한다. '문'은 일반적으로 공간을 분리하고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 문을 열어 소통하고 닫아서 단절시키는 방법이다. 작품 속의 '네 개의 문'은 우연히 문을 열어 그들의 일상을 표현하는 형태로 이야기를 펼쳤다. 네 개의 문은 각각 독립적인 장면들로 묘사됐다. '문'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네 개의 에피소드는 각각의 스토리로 구성돼 연관성 없이 표현됐다. 연출가 동이향은 "네 개의 에피소드는 각각 인간의 배타성과 직면해야 하는 진실, 타성에 젖은 경계, 사회적 약자의 방치를 의미한다. 문에서 문으로 옮겨가는 동안 익숙하게 보이던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죽음으로, 부재로, 고독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게 된다"고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연극은 1장 기다림의 문, 2장 진실의 문, 3장 단절된 문, 4장 고립된 문으로 구성됐다. '네 개의 문'은 죽음 앞의 인간이라는 공통점을 담았다. 이러한 '죽음'을 다룬 극단적인 인간의 고립은 '네 개의 문'을 통해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4장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에피소드인 1-2-3장을 하나로 묶어 이야기의 정점을 찍는다. 사회적인 이슈가 됐던 '개에게 물려 죽은 아이' 사건은 4장에서 펼쳐진다. 실지로 우리가 뉴스에서 실화를 접했던 것과 같이 작품에서도 '죽은 아이'의 이야기는 ‘문’ 넘어 바라보는 시선으로 처리됐다. 이 사건은 현실 속에 인간들의 단절과 고립의 정점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어느 날 문득, 네 개의 문'은 알고있어 익숙한 사회적인 사건과 익숙한 일상의 풍경으로 펼쳐졌지만 극을 전개하는 방식은 매우 독특했다. 1장에서 인간의 배타성을 표현하기 위해 작품 속 언어는 무미건조하고 권태로운 언어를 사용했고 2장에서는 살인 앞에 진실을 왜곡하는 이들의 대화, 3장에서는 세대 간의 단절된 언어가 규칙적으로 순환하는 형태, 4장에서는 외로움과 아픔을 은밀하게 표현하기 위한 독백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작품은 사람들 사이의 고립과 단절을 독특한 언어로 복잡하게 매듭짓는다. 관객은 낯선 언어로 묶여있는 매듭을 쉽게 풀어내긴 어려웠다. 작품은 현실에서 인간의 소통과 단절을 이야기 하고 있다. 단절을 소통하기 위한, 소통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아닌 단절된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한다. jin@osen.co.kr 연극 '어느 날 문득, 네 개의 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