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걱정스런 눈빛이고, 양상문 투수코치는 자신감에 넘친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할 한국 대표팀의 투수력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감독과 투수코치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김인식 감독은 대표팀 엔트리를 구성하면서 "타력은 1회 때보다 강화됐지만 투수력은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불안한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반면 양상문 투수코치는 15일 선수단을 이끌고 하와이 전지훈련지로 떠나면서 "투수력은 1회 대회 때보다 오히려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왜 이렇게 감독과 투수코치의 시각에 격차가 생기는 것일까. 그리고 누구의 말이 정확할까. 김인식 감독은 국내 최고의 투수코치 출신이란 점에서 이런 진단이 분명 가볍게 던진 말이 아니다. 양상문 투수코치 역시 평소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란 점에서 사기진작 차원에서 한 말은 아닐 것이다. 김인식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의 가장 큰 차이는 '경험'과 '패기'에 있다. 김 감독은 경험을 매우 중요시 한다. 1회 때 그 가치를 절실히 느낀 바 있다. 국내에선 세계 어느 타자를 만나도 통할 것 같았던 투수들이 메이저리거들이 득실거리는 무대에 올라가자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한국은 1회 대회에서 박찬호 서재응 구대성 김병현 등 해외파 투수의 활약이 없었으면 4강 진출은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국내파 중에 제몫을 한 투수는 오승환 정도였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인식 감독은 해외파가 거의 없는 이번 대회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박찬호 백차승의 합류를 원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김병현의 상태를 기다린 것이다. 이에 반해 양상문 투수코치는 우리 젊은 투수들의 성장한 모습을 믿고 있다. 특히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국제대회 경험과 자신감을 충분히 갖췄다고 생각하고 있다. 비록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투수는 김병현 밖에 없지만 1회 대회 때 국내 투수들에 비해 실력이 많이 향상됐다는 평가다. 양상문 투수코치가 자신하는 또 하나 이유는 투수진의 층이 매우 두터워졌다는 점이다. WBC는 1라운드 70개, 2라운드 85개, 준결승-결승 100개 등 투구 수 제한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다른 대회와 달리 계투작전이 승패를 가늠할 전망이다. 이런 면에서 양 코치는 한국 팀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탄탄한 불펜진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임창용 오승환 봉중근 정대현 등 마무리와 이승호 정현욱 이재우 장원삼 등 미들맨 등 '벌떼 마운드'를 총출동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정도의 전력이면 어느 팀을 만나도 해볼만하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김인식 감독은 사령탑으로서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책임감이 조심스런 평가를 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감독은 최선과 차선 그리고 3차 선택까지 머리 속에 그리고 있어야 갑작스런 위기가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는 법이다. 김인식 감독의 '신중한 접근'과 양상문 투수코치의 '자신에 찬 반응'은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대회가 개막하고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진 한국 팀 투수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듯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