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투수교체, "투구수보다는 상황에 맞게"
OSEN 기자
발행 2009.02.16 10: 30

"투구수만 신경쓸 수 없다".
오는 3월 열리는 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양상문(48) 투수코치가 투구수 제한에 따른 투수 운용에 어려움을 밝혔다.
양 코치는 15일 하와이 출국에 앞서 "볼카운트 2-2 상황이다. 공 1개를 더 던지면 그 투수는 다음날 등판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 투수를 빼는 것은 합당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공 1개 때문에 다음날 경기에 지장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날 경기를 망칠 수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009년 WBC 대회 요강에 따르면 투수는 1라운드 70개, 2라운드 85개, 준결승과 결승전 각 100개로 투구수를 제한받는다. 이는 그나마 지난 2006년 1회 대회보다 5개씩이 늘어난 숫자다. 무엇보다 50개 이상을 던지면 4일을 쉬어야 하고 30개 이상은 하루, 이틀 연속 던져도 역시 다음날 경기에 나오지 못한다.
이런 규정은 마운드 운용을 까다롭게 만들고 있다.
양 코치는 "이번 대회는 첫 경기를 제외하고 다음 경기 일정이나 상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마냥 투구수를 생각해 마운드를 운용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특히 "선발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클 수도 있지만 투구수 때문에 오히려 중간 투수들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며 "상대타자를 잘 알 수 없는데다 언제든 큰 것을 허용할 수 있는 만큼 투수들로서는 맞혀 잡는다는 생각은 버리고 사력을 다해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선발투수가 70개의 투구수로 경기를 끝내면 더할 나위 없는 금상첨화겠지만 쉬운 상대가 없는 WBC 대회인 만큼 중간투수들의 활용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더구나 투구수에 얽매이다 보면 경기의 흐름을 놓칠 수 있고 다음 경기가 언제 열리고 어떤 상대를 맞이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다음 경기를 대비한 투수 운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날그날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한국은 오는 3월 6일 1라운드 첫 경기에서 대만을 상대한다. 하지만 이날 이후 일정은 정해진 것이 없다. 승리할 경우 전날 일본-중국전 승자와 오후 7시에 맞붙지만 패할 경우에는 일본-중국전 패자와 오후 12시 30분에 싸우게 된다. 마지막 세 번째 경기는 아예 하루 간격을 두고 열린다. 이런 '더블 엘리미네이션' 시스템은 1~2번 패하고도 결승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상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더욱 골머리를 썩게 하고 있다.
양 코치는 "1차 라운드 통과를 목표로 해야 할지 1~3차전 진검승부를 통해 전략적으로 가야 할지 김인식 감독님과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지만 결국엔 이 때문에 1라운드에서는 류현진(22, 한화)과 김광현(21, SK) 두 명만을 선발로 두고 나머지 투수들을 적절하게 투입하는 투수운용이 예상된다. 더불어 키(key) 투수로 보고 있는 임창용(33, 야쿠르트)의 허리 부상 정도에 따라 봉중근(29, LG)의 기용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날 가진 대표팀 소집 인터뷰에서 "1회 대회와 비교해 투수 전력이 뒤지지 않는다"고 말한 양 코치지만 "다른 팀의 선수구성이 나아져 전반적인 전력이 1회 대회보다 상승한 만큼 마음 놓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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