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말을 아꼈다. 여권 분실이라는 황당한 사유로 즉시 합류에 어려움을 밝혔던 김병현(30. 전 피츠버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후 김인식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은 되도록 김병현에 관한 이야기를 삼가하려 노력했다. 김 감독은 16일(한국 시간) 하와이 센트럴 오아후 리지널 파크서 "발목 통증을 치료하고자 한국에 먼저 입국하려던 김병현이 여권이 없다는 황당한 이유로 즉시 합류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여권 재발급에도 사흘 정도가 소요되고 발목 상태를 도통 알 수 없는 만큼 김병현을 투수진 엔트리서 제외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뒤이어 김 감독은 "투수 엔트리는 확정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병현에 관련한 이야기는 이만 마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부상으로 인해 3월 1일 일본서 곧바로 합류하기로 결정한 임창용(33. 야쿠르트)까지 감안하면 현재 하와이서 훈련하게 될 잠수함 투수는 정대현(31. SK)에 불과하다. WBC 대표팀에 안 좋은 소식은 이 뿐만이 아니다. 2000 시드니 올림픽 이후 국내 최고 유격수로 명성을 떨친 박진만(33. 삼성)은 어깨 부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호놀룰루 공항서 만난 박진만은 "지난해 3월 보다 컨디션이 더욱 안 좋은 상태다. 일단 김 감독에서 '하와이에 와 보라'고 하셔서 오기는 했는데 플레이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아직 엔트리 제외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최종 엔트리 선발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병현과 박진만은 많은 경험을 토대로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존재인 만큼 이들의 불참은 대표팀에 커다란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타자 성향에 맞춰 창의적인 수비 시프트를 구축, 안타성 타구를 범타로 만드는 박진만의 공백은 더욱 크다.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는 손시헌(29. 두산)과 나주환(25. SK)은 박진만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험이 일천하다. 2루 병용을 위해 선발한 유격수 박기혁(28. 롯데) 또한 갈비뼈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어 김 감독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대표팀에 절망만 가득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김 감독은 김병현, 박진만에 관련한 이야기가 끝난 후 공격력과 주루 플레이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었다. 특히 김 감독은 1982년생 동갑내기들인 추신수(27. 클리블랜드), 이대호(27. 롯데), 김태균(27. 한화)이 구축할 클린업 트리오에 대해 이야기했다. "클린업 트리오로 나설 세 명만 놓고 보면 오히려 1회 대회 때의 화력을 능가할 수 있다. 1회에는 이승엽(33. 요미우리)에 대한 타선의 의존도가 높았던 반면 이번 클린업 트리오는 저마다 실력을 갖추고 있어 상대 투수진을 공략할 만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싹쓸이 한 방이 아닌 적절한 중거리포로도 앞선 주자들을 홈에 인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또한 김 감독은 "이종욱(29)이나 고영민(25. 이상 두산) 같은 발 빠른 선수들의 주루 플레이 또한 기대가 크다"라며 1회 때에 비해 주자들의 움직임이 더욱 기민해졌음을 강조했다. 이순철 타격코치 또한 "주자들이 작전에 의한 주루 플레이 보다는 선수 본인의 창의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배터리를 흔든다면 파급효과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며 '발야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공격력은 오히려 3년 전보다 더 좋아졌다"라며 일말의 기대감을 품고 있는 김 감독. 연이은 악조건 속에서도 '세대교체'와 '호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심 중인 김 감독이 WBC서 팬들을 다시 한 번 열광시키며 '국민 감독'의 명성을 재확인 시킬 수 있을 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호놀룰루=손용호 기자spjj@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