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더 이상의 ‘악재’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유난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이다. 출범 전 감독 선임과정부터 말썽을 빚더니 하와이에서 첫 합동훈련을 가진 16일 김인식 감독의 표현 그대로 ‘어처구니 없는’김병현의 ‘여권분실’황당 사건까지 벌어졌다. 돌이켜보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이었다. WBC 대표선수단에 음양으로 어려움을 겪게 만든 3가지 일이 오히려 ‘약’으로 작용, 전화위복이 될지 주목된다. 현역 감독의 코치 발탁 김인식 감독은 지난 해 11월5일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으로부터 WBC 대표팀 사령탑 제의를 받고 현역 감독의 코치 합류를 사령탑 수락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김 감독이 지명한 현역 감독은 김재박(LG) 조범현(KIA) 김시진(히어로즈) 등 3명. 하지만 이들 3명은 약속이나 한 듯 소속팀을 이유로 대표팀 코치직 제의를 거절했다. 김 감독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이들 3명의 감독들은 '이기주의자'로 내몰렸다. 하지만 이들 3명의 감독이 대표팀 코치를 맡기는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이미 구단 고위층에서 이들을 대표팀 코치로 내줄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김인식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 수락에 대한 부담을 최대한 줄여보기 위한 고육책이었으나 결국 불발 됐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잡음이 일었다. ‘미국 국적’ 백차승에 대한 러브콜 김인식 감독은 WBC 대표팀 1차 엔트리에 미국 국적의 백차승(29. 샌디에이고)을 포함시켜 논란을 빚었다. WBC는 국적의 범위가 넓어 백차승이 부모의 국적을 따라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백차승이 한국 국적을 버린 것은 ‘병역 기피’가 목적이었다는데 있다. 김 감독은 백차승의 합류가 팀 전력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겠지만 국민감정의 문턱을 넘어서기에는 애초 무리였다. 백차승의 태극마크 논란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무엇보다 백차승 스스로 태극마크를 달 마음의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 결국 백차승은 홀연히 미국으로 떠났다. '은밀한 방랑자' 김병현에 대한 끝없는 미련 WBC 1차 엔트리에서 백차승보다 더욱 논란이 됐던 선수는 바로 김병현(30. 전 피츠버그)이었다. 1년 동안 실전경험이 전혀 없는 선수를 과거의 명성만 믿고 대표팀에 뽑은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었다. 김인식 감독은 김병현의 메이저리그 경력을 높이 평가, 새로운 기회를 주고 싶어 했다. 하지만 김병현은 김 감독의 이런 여망을 보란 듯이 저버렸다. 1월8일 대표팀 출정식에 모습을 나타낸 김병현은 예전에 비해 살이 많이 붙어 있었다. 이에 대해 김병현은 "1주일만 공을 던지면 언제든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김병현은 이후 다른 선수들보다 열흘 정도 이른 2월 초순 하와이 캠프에 합류하겠다던 약속을 하루 이틀 계속 미뤘다. 김인식 감독은 "스스로 알아서 몸을 만들어 올 것"이라고 믿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김병현은 대표팀이 한 자리에 모인 15일 "여권을 잃어버렸다"는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이유를 들어 또 다시 연기를 요청했다. 김 감독은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하는 수 없이 김병현에 대한 미련을 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