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딱딱한 뉴스를 진행하던 아나운서들의 연기 변신이 안방극장에서 남다른 포인트가 되며 극의 재미를 톡톡히 살려주고 있다. 그 중심에 ‘아내의 유혹’의 오영실이 있다. 40%대의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아내의 유혹’에서 그는 주인공 은재(장서희)의 고모로 40살이 넘었지만 10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하늘 역을 연기하고 있다. 극중 강재(최준용)를 좋아하는 천연덕스런 연기로 ‘아내의 유혹’이 아닌 ‘고모의 유혹’이 더 인기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릴 정도다. 지난 87년 KBS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오영실은 20여 년간 방송계를 주름잡았던 베테랑 방송인. 연기자로의 변신에 대해 주위는 물론, 본인 또한 작지 않았다. 오영실은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제일 걱정되었던 건 시청자분들이 나를 하늘이가 아닌 아나운서 오영실로 봐주면 어떻게 해야되나 였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촬영장에 오면 다른 모든 것을 잊고 하늘이가 되기 위해 마음을 가다 듬는다”며 “지금은 드라마보실 때만큼은 하늘이 같다고 말씀해 주셔서 참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연기에 도전한 아나운서로는 임성민이 있다. 94년 KBS 20기 아나운서인 임성민은 사실 91년도 KBS 14기 공채 탤런트 출신. 드라마 ‘학교3’을 시작으로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에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와 ‘사랑에 미치다’ ‘애자언니 민자’ 등 많은 작품에서 여러 직업을 연기하며 연기자로서의 활동을 이어왔다. 국어선생님, 인테리어디자이너, 간호사, 강남엄마, 꽃뱀 등 다양한 캐릭터의 역할을 소화해냈다. 청주 MBC 아나운서로 입사해 1997년 서울 본사의 MBC 기상캐스터로 활동했던 김혜은 또한 ‘태양의 여자’ ‘뉴하트’ ‘아현동 마님’에 출연하면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을 걸은 케이스. KBS 최송현 아나운서 또한 입사한 지 2년 만에 사표를 제출하며 연기자 선언을 해 주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그는 드라마 '식객'을 통해 연기 신고식을 치렀다. 김래원 엄정화 주연의 ‘인사동 스캔들’에서는 극중 복원 전문가인 김래원과 함께 미술품을 둘러싼 사기극을 벌이는 공수정 역을 연기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아나운서들의 연기자 선언이 모두 성공적이지만은 않다. 임성민의 경우 '애자 언니 민자'의 배역이 일일극에서 계속 갈등을 이어가기는 힘들다는 이유로 중도 하차했으며, 최송현 아나운서는 연기력 논란으로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에서 중도 하차해야만 했다. 임성민은 중도 하차와 관련된 인터뷰에서 “주위에서 ‘왜 연기를 해서 고생하느냐’라는 분들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했고, 실제로 한동안은 생각한데로 잘되지 않아 숨어서 지내던 시절이 있기도 했다”며 “그러다 시간이 지나니 세상이 그리고 바라봐주시는 분들의 인식 또한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연기자’나 ‘아나운서’ 어느 부분으로 봐주시건 너그럽게 듣고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아나운서의 ‘프리선언’은 과거에도 존재해왔지만 지금처럼 영역과 영역의 사이를 일컫지는 않았다. 비단 연기뿐만이 아니라 예능 등에서도 아나운서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앞으로 ‘아나테이너’의 활동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평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가 성공적이려면 기존의 아나운서가 갖고 있는 이미지에서 벗어난 다양한 캐릭터의 변신 능력이 전제돼있어야 함이 분명하다. yu@osen.co.kr
